K배터리, 中에 밀려 점유율 하락…전기차 특허는 주요 5개국 중 ‘꼴찌’ [뒷북비즈]

■심층분석…韓 미래산업이 흔들린다
韓 작년 출원 점유율 11%…日의 ⅓ 불과
중국 車수출 200만대…전년比 2배 껑충
세계 1위 배터리 CATL 점유율 격차 벌려
디스플레이 1위도 17년 만에 中에 내줘
업계 "전략산업에 디스플레이 포함해야"


한국의 미래 산업이 중국과 일본의 협공에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에서 양적 팽창하는 중국과 질적 도약하는 일본에 끼인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인재 양성과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15일 업계 및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독일·일본·중국·한국 등 주요 5개국 기업이 지난해 출원한 전기차 기술 특허 중 한국의 점유율은 1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3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이 매년 특허를 빠르게 늘리며 일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판매량 면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해 7개 주요 자동차 시장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중국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8.2%로 전년도의 15.2%에서 3%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비중이 감소한 가운데 그 수요가 중국 업체로 넘어간 양상이다. 협회는 “중국 업체들은 유럽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인센티브를 활용해 해외시장 진출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성비만을 앞세우던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세는 한국 기업에 최대 부담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수출 대수는 201만 대를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니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자국뿐 아니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국내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전 세계 점유율은 34.4%로 전년 동기 대비 6.9%포인트 증가했다.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7%에서 13.8%로 하락했고 중국 비야디가 6.9%에서 11.9%로 오르며 3위였던 일본 파나소닉(10.8%)을 제쳤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무기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CATL이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북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어 K배터리가 유럽·미국 시장에서 다진 선도적인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앞선 일본이 생산 일정을 가시화하고 있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가장 앞섰던 도요타에 이어 후발 주자인 혼다·닛산도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 실증 생산 라인을 2024년부터 가동하고 닛산은 2024년 시제품 생산 설비 구축, 2028년 첫 정식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중국에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41.5%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8.3%포인트 낮은 33.2%를 기록했다. 한국이 1위 타이틀을 넘겨준 것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올해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생산량을 70% 늘리기로 했다”면서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에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공세를 막아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첨단 분야가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8월 시행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산업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배터리 석·박사급 연구 설계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10명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세제 혜택과 인재 양성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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