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을 워싱턴DC로 불러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동남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5월 12일부터 이틀간 아세안 회원국과 회의를 연다”며 “이번 회의는 아세안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헌신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화상으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7개월 만에 각국 정상들과 또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아세안과의 긴밀한 동맹을 재확인하며 이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 중 상당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 아세안 국가들의 참여도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응 방안도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對)러시아 제재에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동남아에서 미국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동반자로서 기여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사안”이라며 “자유롭고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 발전에 대한 공동의 염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세안은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얀마 △말레이시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아세안을 놓고도 대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아세안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당시 역내 코로나19 회복, 기후위기 대응, 경제성장, 성 평등 등을 위해 1억 200만 달러(약 1255억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총리가 참석하는 관례를 깨고 아세안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5년간 아세안으로부터 1500억 달러(약 184조 원)어치의 농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했다. 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월 아세안을 찾아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세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을 비판했고 이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역내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29일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회원국의 사정으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