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서서히 ‘엔데믹’ 단계로 접어들면서 지난 2년간 움츠러들었던 사회에 생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지금껏 억눌렸던 각계각층의 욕구가 분출하면서 사회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자리·임금 양극화가 심화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가 더 확대되는 등 도처에 갈등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는 노사를 비롯해 세대·성별·계층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사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기업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노동계 투쟁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분규는 이미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해부터 증가 추세다. 고용노동부의 ‘e-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노사분규는 2018년 134건, 2019년 141건으로 늘다 2020년 105건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119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노사분규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인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 471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02일보다 많다.
일자리·임금 양극화도 사회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고용 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판매직과 같은 중숙련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택배·배달원과 같은 저숙련 단순 노무 일자리는 늘었다. 특히 중숙련 업종 종사자의 임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4.3% 줄어 고숙련(-2.3%), 저숙련(-3.5%) 종사자보다 더 큰 하락 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임금 양극화’가 심화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커진 남녀 격차도 문제다.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 21.3%는 ‘코로나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14.0%였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도 여성(37.7%)이 남성(29.2%)보다 많았다. 남녀 간 일자리·임금 격차는 성별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확인했듯 2030세대에서 성별 간 대립 양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정’을 외치며 존재감을 키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사는 물론 ‘노노(勞勞)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LG전자·금호타이어·카카오뱅크 등 주요 대기업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가 속속 생겨난 상태다. 취업준비생 김 모(24) 씨는 “근무 형태와는 상관없이 맡은 업무만 완수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는 2030세대가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겠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심화한 기초학력 저하와 학력 양극화 역시 일상 회복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2월 발표한 ‘등교일수 감소가 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성취 및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등교일수가 낮은 학교는 국어·수학·영어 모든 과목에서 상·하위권 학생 비율이 늘고 중위권 학생의 비율이 줄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안 모(26) 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공교육 공백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수행평가나 수업을 통해 코로나19 기간의 학습 결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더 벌어진 학력 격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 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59만 3000원을 기록한 반면 200만 원 미만 가구는 11만 6000원에 그치는 등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양극화가 뚜렷했다.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학교 현장이 일상을 회복하면 1교실 2교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학력·저소득 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억눌렸던 목소리는 새 정부 출범이라는 시기적인 특성과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를 맞아 집회·시위로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6만 8015건, 2019년 9만 5266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집회·시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7만 7453건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8만 6552건으로 11.7%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엔데믹 전환과 함께 각계각층의 요구 사항들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엔데믹과 함께 출범하는 새 정부는 국민의 신체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다양하게 분출될 욕구와 갈등을 조정하면서 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