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비싸" 외면받는 행복주택…잇단 예비 공급에도 입주자 못 채워

서울리츠·상아2차 등 계약률 저조
공실만 쌓여…“양보다 질 신경써야”

서울시가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행복주택이 예비 모집을 수 차례 진행해도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미달 사태가 이어졌다.


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SH가 지난해 9월 모집공고를 낸 2021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의 예비1차 공급 결과 114가구 공급 가운데 47가구만 입주자를 찾아 계약률이 41.2%에 그쳤다. 같은 해 6월 모집공고를 낸 2021년 1차 서울 행복주택도 최근 예비2차까지 했지만 188가구 가운데 95가구(계약률 51%)만 계약됐다. 청약 당시 1278가구 모집에 2만 5406명이 몰려 경쟁률이 19.9대 1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아2차(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행복주택 예비2차 공급도 13가구 중 5가구만 입주자를 찾아 계약률은 38%에 불과하다.


이처럼 청약 때 인기가 높았던 행복주택이 찬밥 신세가 되는 것은 공급된 주택의 보증금이 저렴하지 않고 면적이 작은 탓이다. 행복주택 신혼부부형은 전용면적 36~40㎡, 청년형은 26㎡으로 7~12평대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주거면적이 전용 면적 기준 20~30평대인 것과 비교하면 좁은 편이다. 올해 SH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39㎡이하 평형 비중이 58.5%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반면 수요가 높은 49㎡ 이하와 59㎡이하 주택 비중은 각각 16.0%, 25.5%로 물량이 적다.


보증금도 저렴하지 않다. 2021년 1차 서울 행복주택의 모집공고 당시 신혼부부형(전용면적 59㎡ 기준)만 놓고 보면 보증금은 1억 4080만~2억 3520만 원, 월 임대료는 51만~82만원 선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계약이 되지 못한 곳들은 공실로 남아 사회 전체에 손실이다”며 “행복주택의 10%는 주거복지차원에서 면적을 늘려 취약계층에 영구임대주택 등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공주택 공급에 있어 양보다 질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18일 공공주택(임대주택 개칭)의 크기를 확대하고 고급 자재를 활용하는 공공주택 혁신 방안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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