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검수완박…19일 평검사회의가 '檢亂' 분수령

[결국 총장직 던진 김오수]
  전날까지 수사 지휘했지만
  돌연 하루만에 입장 급선회
  집단행동으로 비화될 가능성

김오수(오른쪽) 검찰총장이 15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한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주일 전부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김 총장은 고검장·지검장 회의를 잇따라 열고 연일 국회를 찾아 법안 처리 강행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 처하자 사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사표 제출을 대국민 여론전의 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의 사표 제출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추진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19일 열리는 전국 평검사 회의를 전후로 ‘검란(檢亂)’이 발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 총장이 이날 오전 돌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즉각 사퇴보다는 총력전을 벌인다는 각오를 보였던 김 총장이 돌연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김 총장은 11일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검수완박 입법에 맞서 검찰이 단일대오로 싸우겠다는 배수진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김 총장은 14일과 15일 연이틀 국회를 찾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의장·부의장에게 검찰의 입장을 전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면담을 요청하는 등 여론전에 집중했다. 그는 15일만 해도 “검찰에 잘못이 있다면 나부터 탄핵해 달라”며 결사항전을 예고했다.


김 총장의 읍소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 총장을 중심으로 한 검찰의 결집은 되레 민주당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검수완박 법안은 결국 발의됐다.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가진 문 대통령은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수장으로서 조직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데 책임감을 느낀 김 총장이 18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최후의 수단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 총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검수완박 법안 입법 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밝혔다.


검찰의 지휘부 공백이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어두운 내부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18일 예정된 법사위 현안 질의에 김 총장이 나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총장의 사표가 곧바로 수리되면 박성진 대검 차장이 총장 대행으로 현안 질의에 참여하게 된다.


김 총장의 사퇴는 19일 전국 18개 지검·42개 지청의 평검사들이 참여하는 전국 평검사 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평검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의 기수 파괴 인사 방침에 반발해 평검사 회의를 연 후 19년 만이다. 당시와 비교해 검찰 내부에서 느끼는 사안의 심각성과 위기감·명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평검사 회의는 전례 없는 규모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대검찰청은 18일 오전 고검장 6명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 고검장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한다. 고검장 및 평검사 회의에서 진행된 논의 결과에 따라 향후 검찰의 집단행동으로 비화될 여지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김 총장의 사직서 제출이 알려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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