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용우 솔란드 대표 "임야 대신 빌딩에…얇은 태양전지가 답이죠"

기존 설치법은 산림·농지 훼손시켜
도심 최적화된 'CIGS 제품' 개발
건물 일체형에 경량·유연성 뛰어나
생산력 확보…내년 블라인드형 출시

최용우 솔란드 대표가 경기 화성 동탄에 있는 부설 연구소에서 박막 태양광 모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솔란드

“임야·경작지에 늘어선 태양전지판으로 산림·농지 훼손 등 논란을 일으키는 태양광발전 방식은 이제 바꿔야 합니다. 공장이나 도심 빌딩에서 발전이 가능한 태양광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태양광 기술 기업 솔란드의 최용우(54·사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가볍고 구부릴 수 있는 박막 태양전지 모듈이 설치 비용과 기존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솔란드는 새로운 태양광 소자(셀)인 ‘CIGS’를 연결한 태양전지판을 개발했다. CIGS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으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로 기존 결정질(실리콘) 전지와 다르게 경량·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30여 년간 태양광·디스플레이를 연구한 최 대표는 솔란드를 이끌며 CIGS 모듈 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국내 첫 한국산업규격(KS) 인증을 땄다. 최 대표는 “모듈 국산화로 현재 미국 독주의 세계 CIGS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CIGS 모듈 무게는 100W급이 1.5㎏가량으로 실리콘 전지 대비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 단지 공장 지붕에 기존의 무거운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려면 따로 건물 구조 보강을 해야 하지만 가벼운 CIGS 제품은 지지대나 구조물 없이 지붕에 부착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는 “두께가 2㎜에 불과하고 모듈을 둥글게 말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며 “얇은 스테인리스스틸 호일 위에 박막 셀을 입힌 구조로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지지 않는 것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발전 효율은 실리콘 전지에 비해 15% 정도 떨어져 이를 극복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솔란드는 현재 셀을 미국 기업 미아솔(MiaSole)로부터 공급받아 국내에서 모듈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는 “이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삼성SDI의 박막 전지 기술을 이전받고 자체 연구 개발을 더해 셀 생산기술도 확보해 놓았다”며 “시장 확대에 따라 양산 역량이 갖춰지면 솔란드가 셀도 직접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시장은 도심 빌딩이다. 박막 제품은 건물 외장재처럼 시공하는 데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외관을 해치지 않는 ‘건물 일체형’ 제품으로 도심 태양광발전이 가능하다”며 “창호에 부착해 필요할 때 내려 발전할 수 있는 블라인드형 제품도 내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피크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 블라인드형 활용 가능성을 점친 그는 “송배전만을 위해 대규모 시설로 발전을 극대화하는 기존 운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건물이 자가 생산 전기를 각자 소비하는 ‘분산형 발전’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과학고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딴 최 대표의 스펙은 화려하다. 1990년대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으로 첫 액정표시장치(LCD) 양산 멤버로 참여했고 LG전자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태양광을 담당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과 KAIST 연구교수도 지낸 그는 애플에서 3년여간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근무한 후 2019년 솔란드에 합류했다. 앞서 2016년 솔란드를 세운 태양광 권위자 김동섭 고문(신성이엔지 사장)과의 KAIST 실험실 선후배 인연으로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생애 처음 대표직을 맡았다고 밝힌 최 대표는 “기술 개발 성과로 투자를 이끌고 박막 분야의 첫 단추를 꿰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품질·효율을 올리는 제품 개발에 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전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부속 건물과 에너지기술연구원 건물에서 제품을 실증 중인 솔란드는 공공뿐 아니라 전원주택 등 민간으로도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연내 산단 공장에 1㎿급 시범 설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박막 태양광 대표 회사로 키우고 싶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력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우 솔란드 대표가 경기 화성 동탄에 있는 부설 연구소에서 박막 태양광 모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솔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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