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맞서 검사들이 법안 거부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단체 호소문을 보내기로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의 집단행동 조짐에 대해 “권한을 요구하기 전에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라"고 비판했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1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 구성원들과 국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입법독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헛된 시도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께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의 글에는 자신이 직접 적은 호소문 양식이 첨부됐다.
권 과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많은 검찰 구성원들께서 동참해달라"며 오는 20일까지 전국의 호소문을 취합해 대검 차원에서 문 대통령 등에게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70년 긴 세월 시행된 제도를 없애는데 왜 양식 있는 시민사회의 염려를 귀담아듣지 않는지, 왜 헌법이 정한 검찰 제도를 파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지,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어 "이제는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72명 절대다수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다"며 "너무 무거운 짐이겠지만 큰 뜻을 품고 정치를 시작했던 첫날의 마음을 잊지 마시고, 위헌적이고 국민 불편만 가중하는 법안 통과를 막아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박병석 의장에게는 "합리적인 의회주의자로서 여야 협치를 향상 강조하셨던 대로 법안 통과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날 전국 고검장 회의에 이어 다음날인 19일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연이틀 열리는 등 검사완박에 맞선 검사들의 대응방식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제가 예전 대구지검에 가서 평검사들을 모아놓고 '여러분들이 평검사회의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검란'이 있었는데 중수부, 특수수사 권한과 관련된 일이었다. 지금도 권한의 문제"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모두가 의무와 책임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국회에도 권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과 관련해서는 "그 고뇌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사의의 뜻은 청와대도 알고 있으니 전달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사표는 제가 좀 갖고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김 총장이 사표를 내기 전 자신과 조율을 거치진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김 총장과 전날 통화하기는 했다며 "그분이 취임때부터 말씀하셨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뜻을) 제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어제 대화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선 김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불발된 것이 사퇴 시기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최후의 카드로 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을 두고 박 장관은 "대통령께서 거절한 바 없다"며 "청와대 분위기는 어찌 됐든 조금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대통령님의 직접적인 뜻은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