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미 신원CC 대표 "고객감동 바탕은 전문성…골프장 품격·가치 높일것"

전국 30여곳 캐디교육 담당
32년 경력서비스 전문가서
골프장 女경영인으로 변신
"신바람 나는 일터 조성 앞장"


경기 용인의 회원제 골프장 신원CC는 조금 특별한 골프장이다. 소유주가 따로 없고 743명의 회원이 곧 주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주 회원제 골프장. 이 골프장 홈페이지에 게재된 에티켓 헌장은 마치 십계명 같다. 그중 눈에 띄는 하나는 ‘말 한마디에도 동반자와 보조원은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신원 가족’이라는 내용이다. 남다른 대가족인 만큼 이 골프장 대표는 어려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이 골프장 회원들이 새 대표로 여성을 뽑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전해졌다.


최근 만난 이소미(54) 신원CC 대표는 “제 사진보다는 우리 코스 사진이 크고 멋지게 나가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스타트 하우스 계단의 미끄럼 방지 패드 색깔까지 신경 쓰며 골프 인생 첫 대표 경력을 꼼꼼하게 꾸려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에 여성 대표는 오너 일가가 맡는 사례를 제외하면 이 대표가 사실상 유일하다. 서류 심사와 두 차례 면접, 그리고 주주총회까지 거쳐 그는 지난달 말 신원CC에 부임했다. 이 대표는 “신문 공고를 보고서도 보수적인 골프장일 것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끝까지 고민했다”며 “주주 회원제 골프장인 만큼 품격과 가치 향상에 진력을 다하는 게 첫 번째겠지만 골프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직원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신바람 나는 일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자부심과 전문성을 유독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 대표의 이력도 있다. 경남 합천 출신의 이 대표는 32년 경력의 골프장 서비스 전문가이자 1세대 캐디 마스터다. 골프장 인재 사관학교로 통하는 안양CC에서 서비스 교육과정을 밟으면서 골프계에 발을 디딘 그는 이 골프장 잔디 연구소를 거쳐 곤지암GC와 핀크스GC에서 캐디 총괄직을 맡았다. 이후 골프장 고객만족(CS) 강사로 라데나·베어크리크 등 전국 30여 골프장의 캐디 교육을 담당했다. 반응이 좋아 예약팀, 코스 관리팀 등 전 부서 대상 교육을 요청한 골프장이 많았다. 버드우드CC 개장 준비팀, 세라지오CC 영업 총괄 상무도 지냈다.



신원CC 전경.

이 대표가 캐디 교육 시절에 일관되게 주문한 것은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대우받자’다. “직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당히 일해야 하며 그러려면 고객 서비스는 물론 룰과 코스를 꿰뚫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고객 감동의 밑바탕은 결국 전문성”이라는 설명이다. 한 그룹의 임원은 캐디의 완벽한 서비스 덕에 동반한 바이어와의 비즈니스가 성사됐다며 떡을 해온 적도 있다고.


이 대표는 “신원CC는 곤지암GC 근무 때부터 명문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골프장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예약을 고수하면서도 골프장의 이익 증대를 꾀하는 한편 직원들 간에 전문가를 존중하는 문화를 안착시키겠다”고 했다.


‘첫 팀 출발 1시간 전 출근’을 수십 년째 지키는 중인 이 대표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를 빌리자면 저는 선택의 기로에서 늘 가고자 하는 곳으로 향했을 뿐인데 삶의 기회로 작용하고는 했다”며 “위대한 자연과 인간의 혼이 조화를 이루는 골프장이라는 공간을 사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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