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경제 단체장들이 해외 현장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논의와 미래 사업 구상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위기가 차츰 해소되면서 재계 인사들의 해외 현장 경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 삼성전자 DS부문 핵심 경영진들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경 사장과 경영진은 이번 출장에서 미국 전역을 돌며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긴 대형 반도체 설계 회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고객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향후 공정 로드맵을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 수장과 사장단의 이번 출장은 최근 불거지는 파운드리 위기설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현재 공정 수율 확보와 파운드리 수요 과잉으로 인한 납기 지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취업 제한, 재판 일정 소화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 어려운 점도 경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해외 시장 대응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가석방 이후 형기종료일인 오는 7월까지 거주지가 제한되고 해외 출국 시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 사장의 이번 출장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뉴욕 오토쇼 2022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1일 출국했다. 뉴욕오토쇼는 코로나19 유행으로 3년만에 재개된 세계적인 자동차 전시회다. 정 회장은 이 전시회에서 글로벌 완성차 트렌드와 북미 시장 동향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미국 출장이 전기차 생산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르면 올 상반기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 부지와 투자 규모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단체장들도 해외 출장에 시동을 걸었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오는 6월 미국과의 통상협력 강화를 위한 미국 출장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한미 경제협력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미 진출기업의 우호적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 출장이다. 미 의회, 행정부 주요인사 및 현지 협력기관 면담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달 말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이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잡기 위해 먼저 미국으로 떠난다. 무역협회는 매 년 수 십 명의 민간 기업 대표들로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하고 통상 관련 미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근 몇년간 이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일정 중 미국 경제단체 및 연구기관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가 예고돼 있는 만큼 경제단체의 연구기능 강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재계 핵심 인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해외 현장 경영을 더욱 늘려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끊겼던 네트워크를 회복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