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난이 심각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품귀’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다가올 배터리 부족 사태에 비하면 현재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공급난은 ‘애피타이저’ 수준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R J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사 일리노이주 공장을 방문해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의 모든 배터리셀 생산량을 합쳐도 전체 수요의 10%에 못 미칠 수 있다”면서 “90%가 넘는 배터리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용 원자재 채굴부터 가공, 배터리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부족 현상이 만연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난이 심하다지만 배터리 품귀에 비하면 애피타이저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경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배터리용 원자재 공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시장 조사 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15년 59GWh에서 지난해 400GWh로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50% 이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치솟는 수요로 배터리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배터리의 필수 원자재인 리튬과 코발트·니켈의 가격 인상 폭은 150%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업계에서는 치열한 원자재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리비안 역시 배터리 원재료 확보를 위해 공급처 다변화와 자체 배터리 제조 역량 구축에 나섰다. 이밖에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소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채굴 업체와 협력하거나 배터리셀의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도 배터리 수급의 변수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함에 따라 태양광·풍력발전 업체들은 전력 비축에 필요한 배터리 확보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