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과 관련해 “현재 검수완박에 누구보다 반대하는 건 경찰”이라는 현직 경찰의 주장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는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현직 경찰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나본데, 지금도 수사권 조정 이후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아져 업무 과중으로 수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현재 수사관 한 명 당 자기 사건 50~200건씩 달고 있고, 수사부서는 순번을 정해 탈출할 만큼 수사 기피가 심각해 현재 경찰 수사 조직은 붕괴되기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들 앉혀놓고 수사 베테랑들은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타부서로 도망가는 실정"이라며 "수사관들 사이에선 수사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게 현실"이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지금도 경찰이 수사의 95% 이상을 하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지만 대다수는 단순 사건"이라며 "단순 폭행·절도처럼 증거가 바로 바로 나오는 사건들만 있다면 검수완박을 해도 인원 충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상은 단순 폭행, 단순 절도처럼 간단한 사건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고도의 지능범, 민사와 얽힌 경제사범 등이 있고 이런 사건들은 형법과 민법 등 각종 법률이 얽혀 있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변호사, 검·판사도 각자 전문 분야가 있고 자기 전문 분야 사건만 맡을 만큼 법률이라는 게 복잡하고 광범위하다”면서 "경찰은 채용 때 형사법만 배운 채 들어왔고 이런 복잡한 전문 분야 영역은 보통 검찰이 맡아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검사는 모든 분야의 법을 공부하는 법률 전문가라 그런 사건을 보는 시야부터 경찰들과 다르고, 본인이 직접 공판에 참여하기에 어디에서 절차적 흠결이 문제되고 첨예한 대립각이 나올지 아는 것도 많고 볼 수 있는 것도 많다”며 “경찰들은 거의 다 생계형 직장인들이라 독단적 행동이 불가능하고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초 경찰청장 이하 일선 과장급도 임명권자가 죄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다. 어느 누가 정권 수사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대안 없이 이 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수사조직을 통째로 날린다는 건 모기 잡겠다고 집 전체를 태워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소속의 누리꾼들은 “진짜 현실을 적었다”, “맞는 말만 써있네”, “본질은 이거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칭해지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