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급식이라고 부실하게 나갈 수는 없잖아요. 어쩌다 한 번 제공하는 돼지불고기이기에 제대로 요리해 대접하고 싶지만 식재료 값이 만만찮아 걱정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 모 씨는 20일 “급식을 찾는 분은 갈수록 느는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연일 치솟는 식재료 가격에 한숨을 내쉬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무료 급식소를 찾는 취약 계층이 몰리고 있어서다.
이날 서울경제가 만난 무료 급식소 관계자들은 식재료비 급증, 방문객 증가, 후원금 감소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의 한 관계자는 “식재료비로 매달 1800만~2000만 원이 들었는데 최근 2200만~2400만 원으로 20%가량 늘었다”며 “상추를 열무로 대체하고 버섯 대신 양배추를 넣는 식으로 반찬을 바꿔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품 생활 물가지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0~1%대 상승률을 보이던 것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줄곧 4~6%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평균 5.4%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6.2%가 올라 2011년 12월 6.5%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무료 급식소 이용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무료 급식을 주로 찾는 이들은 단순히 저소득층을 넘어서 기초 생활 수급 등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이 대다수다. 무료 급식을 이용하지 못하면 당장 끼니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강북구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자비의집의 한 관계자는 “복지 제도 안에 편입된 사람들은 그래도 구립 급식 시설을 이용하는데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그곳에서 마저 밀려난 사람들”이라며 “자녀가 있어 기초 수급으로 등록할 수 없지만 정작 자녀들이 외면하고 방치한 노년층이나 신용불량자여서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들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과 실직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일용직근로자가 늘면서 무료 급식소를 찾는 취약 계층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2019년 대비 2020~2021년의 체감 물가 추이를 소득 분위별로 살펴본 결과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1.4배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료 급식소 대부분이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원각사의 한 관계자는 “주로 개인사업자들이 후원금을 앞장서 보내왔는데 경기 안 좋아서 그런지 이들의 후원금이 확 줄었다”며 “하루 평균 이용자가 지난해는 300명 정도였는데 중소 규모 무료 급식소가 후원이 끊기는 바람에 문을 닫으면서 올 들어 매일 400명가량이 찾아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