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탓 투자·고용 쉽지않아…'대기업 지원=특혜' 인식부터 개선을"

[위기의 삼성-서경 펠로·전문가 진단]
정치권 왜곡된 시각에 경영 위축
청년일자리 사라지고 경제 악영향
글로벌 무대 '동등 경쟁' 가능하게
稅혜택·인력 양성·기술보호 절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속에서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지 못하는 데는 첨단 기술 지원을 ‘대기업 특혜’로 보는 왜곡된 시각이 한몫을 하고 있다. 기업 관련 전문가들은 “글로벌 강국들의 격전지가 된 첨단산업 분야에서 승리하려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아 제언했다.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 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20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기업들이 수년간 기를 못 펴고 있었는데, 현 정부의 많은 ‘실세’들이 기업에 근무하거나 운영해 본 경험도 없이 왜곡된 반기업적 시각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주도해야 할 일들을 정부가 하려고 하다 보니 규제가 너무 많이 늘어 기업이 일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제일 많이 내고 고급 인력을 고용해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는 건 청와대나 외교부가 아닌 삼성전자”라며 “훈장을 줘도 모자를 판에 온갖 사법 압박으로 창피를 주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처럼 규제를 없애주지는 못할망정 제발 가만히 놔둬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차원으로 보면 여러 대기업 중 하나일 뿐이지만 국내에서는 독보적이어서 그런지 오해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며 “우리나라 경제계·사회를 지배한다든지 하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오히려 국민들은 대기업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고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다”면서도 “정치권에서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 기업을 존중하고 법으로 보호하는 법치주의적 시각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낮추고, 이는 결국 한국의 고용 불안 등 경제문제로 되돌아온다는 지적이다.


배종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기업이 책임지라’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기업가들이 리스크에 대한 부담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뭘 하려고 하다가 자칫 감옥에 가야 할 일들이 생기다 보니 혁신적인 새로운 방식의 일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권 부회장은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해외로 나갔고 기업들도 해외로 나가고 있다. 결국 불쌍해진 것은 일자리가 없어진 30~40대 국민들”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인식 개선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 기업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제 완화’라고 조언했다. 이 부회장은 “싸움의 형태가 다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기업을 엄청 지원해주는데 우리는 삼성보고 ‘알아서 잘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잘 싸울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잘 싸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세제 지원뿐 아니라 그간 손을 대지 않았던 교육·노동 분야에서의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기술 연구를 위한 인력 양성이 매우 시급하고,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보호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별개로 기업 스스로도 적극적인 도전 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기업은 혁신을 먹고 사는 경제주체인 만큼 ‘내재화된 혁신’이 필요하다”며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세계를 지향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혁신 외에 또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의무”라며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과거처럼 비용 줄이기에 급급하지 말고 공정거래·환경·안전 등 문제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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