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립국어원과 경기문화재단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일을 한다. 이런 기관이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그와 관련한 사업을 하는 국어원과 무슨 일을 같이 하려고 협약을 체결했을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영역에 접점이 있다. 먼저 지난해 기준으로 72만 명, 즉 경기도민의 5.2%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경기문화재단의 일부 사업들은 국어원의 한국어교육 업무와 직결된다.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각기 다른 목적과 사정으로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이 많은 외국인들이 쉽고 편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일만큼 긴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국립국어원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교과과정을 짜고 기초 사전을 비롯해 11개 언어로 한국어·외국어 학습 사전을 편찬했다. 또 표준교재뿐 아니라 교포 자녀용 교재,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유아용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재, 교구들을 개발했다. 그 밖에도 초중고교생과 세종학당 학습자를 위한 교재 등 대상과 목적을 달리하는 다양한 한국어 교재를 만들었는데 이 일은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의 양성과 재교육도 국어원의 일이니 두 기관이 협력만 잘한다면 경기도 거주 외국인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문화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교재로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이들이 자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날도 기대해 봄 직하다.
다음으로, 우리 국민의 4분의 1 이상이 거주하는 경기도는 수많은 공문서와 보도 자료들을 만들어낸다. 경기도민뿐 아니라 경기도를 방문하는 타 지역주민들도 접하는 박물관·미술관·관광지의 안내문부터 하루에도 엄청나게 작성하는 공문서, 대국민용으로 배포하는 보도 자료에 이르기까지 바른 어휘와 문법, 잘 구성된 문장이 든든히 받쳐주지 않아도 되는 글은 하나도 없다.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청산 사업도 재단에서 요청한 뜻깊은 공동사업의 하나이며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도 공무원부터 시작해 일반인까지 대상을 넓혀가며 맞춤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국어원은 재단이 관리하는 수많은 문화재 관련 정보를 넘겨받아 국어원이 감수해 관리하는 우리말샘에 올릴 예정인데 이는 우리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국어원과 경기문화재단, 두 기관이 계획한 협력 사업들이 모두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게 된다면 경기도는 국립국어원에서 올해부터 실시하는 공공기관 언어사용 평가에서 당당히 맨 앞에 이름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 참고로 국립국어원과의 이런 교류 협력 사업은 전국의 어느 지방자치단체에도 열려 있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