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로 두 달 동안 7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뿐만 아니라 병·의원의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5~6만 원 수준의 수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높은 수가가 보장되는 데다 검사 수요도 많아 하루에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병원도 다수였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관련 청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약 2개월간 국내 병원과 의원의 신속항원검사 청구 금액은 총 7303억 원에 달했다. 7303억 원 중 건강보험으로 7168억 원, 기초사회보장 정책 중 하나인 의료급여로 134억 원이 지급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7303억 원 중 93.5%인 6829억 원을 수령했고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같은 기간 총 473억 원(6.5%)을 청구했다.
동네 병·의원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이렇게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지난 2월 3일 의원급 의료기관도 검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높은 수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급증과 함께 폭증하는 검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병·의원은 신속항원검사를 1회 진행할 때마다 진찰료 1만 7000원, 신속항원검사료 1만 7000원에 감염예방관리료 2만 1000원(환자 10명까지는 3만 1000원) 등 5만 5920원을 수령했다. 검사자는 5000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인 5만 920원은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구조다. 하루 200명을 검사하면 검사로만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생기는 셈이었다. 한 달에 1억~6억 원 수준이던 신속항원검사 청구금액도 수천억 원대로 수천 배 불어났다.
이에 따라 일선 병·의원에서는 일반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권하는 사례가 나왔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검사를 우선 진행하기 위해 일반 진료 환자를 등한시하고 양성으로 판정이 나와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직접 검체 채취 및 상담을 하지 않고 간호조무사를 대거 채용해 신속항원검사 건수를 올리는 행태도 나타났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달 4일부터는 2만~3만 원 규모의 감염예방관리료를 수가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환자 부담금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줄여 병원 측 부담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5월 13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손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신속항원검사 양성 예측률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유병률이 감소하면서 양성 예측률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처럼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PCR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정책은 건보 재정과 예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책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