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4월 무역수지도 52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9% 늘었지만 수입액이 그보다 더 크게 25% 이상 늘어나면서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반짝 흑자’를 기록한 올 2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봉쇄 조치 및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62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9% 늘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으로 주요 품목의 수출 동향을 보면 반도체(22.9%), 석유제품(82%) 등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반면 승용차(-1.0%), 무선통신기기(-10.7%) 등의 수출액은 감소했다. 상대국별로는 미국(29.1%), 중국(1.8%), 유럽연합(12.3%), 베트남(37.2%), 일본(9.6%) 등으로의 수출액이 늘었으나 홍콩(-32.3%) 등은 감소했다.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 늘어난 414억 8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로 원유(68억 7500만 달러·82.6%), 가스(19억 4200만 달러·88.7%), 석탄(14억 900만 달러·150.1%) 등 에너지 분야에서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게 전체 수입 증가에 영향을 줬다. 반도체(28.2%)와 석유제품(46.4%) 수입도 늘었다. 반도체 제조 장비(-16.0%), 승용차(-8.5%) 등의 수입액은 줄었다.
늘어난 수출액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웃돌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51억 9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0억 3200만 달러)보다 대폭 커졌다. 이전 무역 적자 최대치가 올 1월 기록한 47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4월 남은 기간 동안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한다면 이달 월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무역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연간 누계로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무역수지는 91억 5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7억 6900만 달러 흑자였다. 월 기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올해 2월에 ‘반짝 흑자’ 전환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계속 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였으나 수입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가 1억 4000만 달러 적자였다. 한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이 불가피하고 중국 경제의 둔화 조짐마저 심상치 않다”며 “우리로서는 대외 악재에 손쓸 방도가 제한적이라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최악의 경우 하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제 워룸에 준하는 비상 체제를 당장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