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을 맡고 있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두고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당 프로그램을 보이콧하겠다"는 비판과 항의가 폭주하고 있다.
21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전날 저녁 윤 당선인이 출연한 방송 이후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온 상태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티빙 해지한다", "윤 당선인은 출연에 대해 신중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하라", "내가 유퀴즈에 글을 쓸 줄이야", "정권의 나팔수가 된거냐" 등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윤 당선인 지지자들로 보이는 네티즌들은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당선인인데, 당선인 모시고 이게 뭐냐" 등 옹호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윤 당선인은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선 이후 숙면이 잘 안된다"고 상황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명언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직은) 많은 상의도 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결정할 때는 모든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고, 비판과 비난도 한 몸에 받는다. 열심히 하고, 또 거기에 따르는 책임과 평가도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먹는 얘기'도 나왔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하는 이른바 '밥 총무'를 담당했던 일화를 소개한 뒤 "부장이 약주를 많이 먹었으면 해장 생태탕이나 소고기국밥을, 약주를 안 먹었으면 비빔밥이나 국숫집을 골랐다"면서 "제가 중앙지검장 할 때는 초임 검사에게 부담을 준다고 해서 밥 총무 제도가 없어졌다"고 했다.
또한 윤 당선인은 9수 끝에 합격한 사법고시가 원래 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아버지가 학교에 계셔서인지 크고 나서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면서 "사시 끝나고도 검사는 생각도 안 했고, 변호사 개업하려 했는데 꽤 늦은 나이에 임관해서 이렇게 오랜 세월 검찰에 몸담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분은 지난 13일 사전 녹화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당선인은 "참모진의 적극적인 권유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유재석은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답했고, 윤 당선인은 "안 나올 걸 그랬나?"라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방송에서는 긴장감이 도는 촬영장 분위기가 그대로 담겼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듯한 장면도 수차례 나왔다.
유재석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다 지금. 굉장히 삼엄하다"며 "저희가 유퀴즈에서 단 한 번도 있지 않았던 그런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전체적으로 다들 너무 지금, 여기 안 그래도 대통령 당선인이 오시다 보니까, 경호원 등 많은 분들도 계시다 보니까, 사뭇 저희 촬영장 분위기가 평소 때와 다른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