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교도통신은 21일 기시다 총리가 아스쿠니 신사의 춘계 제사(예대제) 첫날인 이날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으로,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라는 이름으로 전달됐다.
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22일까지 열리는 제사에 참배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고 공물만 보냈다.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직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이날 봉납은 최근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 회장은 19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일본) 총리가 꼭 와줬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에서) 강했다"며 한국의 기류를 전달했다. 가와무라 회장은 앞서 11~13일 방한해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등을 만났다.
이후 사토 마사히사 일본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20일 당내 회의에서 "(취임식에) 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마사히사 회장은 윤 당선인 측 정책협의단의 24~28일 방일에 대해서도 "만나도 외무상급"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정책협의단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했다. 그는 2013년 참배로 주변국의 비판이 일자 재임 기간에는 공물만 봉납하다가 퇴임 후 주기적으로 신사에 참배해 오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여 명의 위패를 보관해 두고 이들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시설이다.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