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시험인데 출발도 못했어요"…전장연 지하철 바닥 오체투지 시위에 '출근길 대란'

지하철2·3호선 1시간 이상 지연
버스·택시 등 다른 교통 체증까지
"인수위 구체 예산책 안내놨다"
전장연,매일 경복궁역 시위 계획
버스파업 맞물릴땐 대혼란 우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시 시험인데 열차가 없어 탑승도 못한 채로 오열 중입니다. 교수님이 지각 인정해주실까요?”


“26일은 버스도 파업한다던데 그땐 진짜 자전거 타고 다녀야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이동권 대책이 미흡하다”며 21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면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시위로 2·3호선 지하철 운행이 최대 1시간 12분가량 지연될 정도였다. 출근길 대란은 지하철은 물론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교통 체증으로 이어졌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곳에서 동시 다발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달 30일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 공동대표는 “인수위가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인수위 브리핑은 그 이전에 20년간 양당 정권이 집행했을 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2·3호선 지하철에 올라탄 뒤 휠체어에서 내려 전동차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시위 이후에는 전장연 활동가 일부가 삭발식을 벌였다. 경찰과 지하철 안전요원의 배치 속에서 진행된 이번 시위 도중에는 경찰 및 지하철 승객과 전장연 회원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2·3호선 지하철 운행은 최소 35분에서 최대 1시간 12분가량 지연됐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 모 씨는 “이날 지하철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버스도 난리였다”면서 “앞문, 뒷문 양쪽으로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탔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선 전장연의 투쟁 방식에 대한 찬반 토론이 오갔다. 서울대 학생들은 비장애인 단체 최초로 ‘전장연 연대 시위’를 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연대하는 서울대 학생들’ 소속 학생 네 명은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모여 1시간가량 피케팅을 했다. 반면 이들의 시위 도중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출근길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잇따라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출근길 혼란을 초래하면서까지 전장연이 시위에 나선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의 협상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앞서 전장연은 인수위에 이동권, 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4대 법안(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장애인 평생교육법, 장애인 특수교육법 개정안) 제정 및 개정을 요구하며 20일까지 답변하지 않으면 출근길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못 박았다. 인수위는 장애인 개인 예산제 도입 등 8대 공약을 발표했지만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확보 방안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인수위 측이 공약한 ‘장애인 개인예산제’만 봐도 장애인 복지 인프라가 미비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별다른 효용을 누릴 수 없다는 게 전장연의 주장이다. 장애인 개인 예산제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장애인이 각자 원하는 복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가 21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2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5월 2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 전까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권리 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한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매일 경복궁역에서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 중 하나”라면서 “정치권이든 전장연 측이든 소통 창구를 계속 열어두는 것이 중요”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