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실무 책임자인 부장검사들이 “수사 공백으로 거악만 활개 칠 수 있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며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도 직접 겨냥했다. 고검장, 검사장, 부장검사, 평검사, 검찰청 사무국장에 이어 검찰 수사관까지 긴급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에 대해 검찰 내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국 검찰청 부장검사들은 21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가 주로 담당했던 부패·경제·공직자 범죄 등 구조적 빌에 대해서는 메울 수 없는 수사 공백이 발생한다”며 “거악이 활개 치고, 대형 참사 사건에서 검경 합동 수사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과 재력이 있는 범죄자들은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힘 없는 국민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해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부장검사들이 20일 오후 7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밤샘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부장검사들이 전국 단위 회의를 연 건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40개 청, 69명이 참석했다.
이들 부장검사는 수사 공백과 함께 법안 추진의 위헌성도 지적했다. 법안 내용이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고, 사법 통제를 무력화해 국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부장검사들은 “경찰이 죄가 없다고 결정하면 피해자로서는 검사에게 호소할 방법조차 없어 헌법상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도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72석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 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치권에 법안 통과를 막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형사 사법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총장과 고위 간부들이 다시 한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직을 걸고 법안을 저지해 달라는 취지로 사실상 사퇴 요구로 풀이된다. 당초 입장문에 김 총장에 대한 직접 사퇴 요구 문구를 넣자거나 검사장급 이상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의견도 나왔으나 토론을 거쳐 완곡한 표현으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검찰 수사관들이 모여 검수완박 대책 회의를 열었다. 5급 이하 검찰 수사관들이 자체 회의를 연 건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동부·남부·북부·서부지검, 인천지검, 의정부지검, 춘천지검까지 총 8개 검찰청 소속 수사관이 모여 검수완박에 따라 수사관 업무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