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을 국정 과제로 공식 채택하면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단순한 월급 인상을 넘어 예산 확보와 병사 인권, 젠더 갈등으로까지 논란이 커지면서 갑론을박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2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앞서 발표한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 공약의 구체적인 방안을 다음 달 초 국정 과제 발표 시점에 맞춰 확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은 67만 6100원인데 이를 200만 원으로 올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국가에 봉사하는 젊은이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병사 월급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2030 청년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전역했다는 박 모(24) 씨는 “군에서 병사들은 위험한 작업도 그냥 시키는 등 처우가 안 좋은데 월급이 올라가면 군에 대한 인식이 여러모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대를 앞둔 김 모(21) 씨는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입장에서 좋은 소식”이라며 “현재 월급은 너무 적은 만큼 못해도 최저시급 수준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병사 인권과 처우 개선을 위해 월급 인상이 논의되는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세부적인 논의가 생략된 채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병사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책정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근로소득세를 떼야 하는지, 식비를 제외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의무 복무하는 병사들은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에 대한 법적 기준이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병사의 기본권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 없이 200만 원만 주면 된다는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병사 월급 인상을 계기로 군 간부와 경찰·소방 등 특수직 공무원의 월급 인상 요구도 불거질 수 있어 예산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병사가 200만 원을 받으면 중간 간부는 최소한 300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며 “업무·책임·경력에 따라 월급 수준에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현재 병사의 수를 35만 7000여 명으로 추산할 경우 평균 60만 원 수준의 월급을 200만 원으로 올리면 1년에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만 약 5조 9000억 원에 달한다. 만약 중간 간부의 월급도 함께 3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면 최소 2조 원가량이 추가로 소요된다. 정치권도 병사 월급 인상과 관련해 올해 국방비 54조 6112억 원의 9.3%인 연간 5조 1000억 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병사 월급 인상을 둘러싸고 젠더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사 월급 인상에 반대한다는 여성 김 모(22) 씨는 “선거 당시 20대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급히 만든 포퓰리즘 공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표심을 움직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청한 여성학 전공 대학교수는 “징집제하에서 병사 월급 인상을 결정하려면 여성·전문가 등과 함께 포럼·간담회 등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지금처럼 20대 남성의 반응이 뜨겁다는 이유로 졸속으로 추진하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