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가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인수위가 위안부 문제 청취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일 협의를 강행하려 한다며 항의했다.
이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들은 이날 정오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찾아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하고, 내주 방일하는 한일정책협의대표단과 동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할머니는 당초 이날 오전 정책협의단 단장을 맡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면담이 성사되지 않자 인수위를 찾았다.
이 할머니는 이날 경찰이 막아서서 통의동 사무실 입구 출입이 저지됐다. 이 때문에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조사 결과지를 담은 봉투는 인수위 사무실서 나온 직원이 통의동 입구까지 나와 수령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추진위 김현정 대표는 "절박한 심정에 인수위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으나 30여분이 지나도 만나주지 않는다"며 "(봉투를 수령한) 직원은 명함도 저희에게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해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다시 한번 이렇게 배신을 당했다"며 "2015년 일본과 졸속합의를 해 우리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박근혜를 사면했으면 위안부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것 맞지 않느냐"며 위안부 문제를 CAT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루려면 한국과 일본 모두 동의해야 하지만, CAT 회부는 일본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 등에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며 오는 24일 정책협의단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일본을 방문하는 정책협의단은 일본 외무성을 비롯한 행정부와 국회, 재계, 언론계, 학계 인사 등을 만나 윤 당선인 취임 이후의 대북정책과 한일관계 등 정책 의제를 놓고 협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