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한 긴축 의지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07% 떨어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8%, 1.05% 내렸는데요. 이날 10년 물 국채는 한때 다시 연 2.95%를 돌파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경제 토론’에 나와서 한 발언이었는데요. 오늘은 파월 의장의 말을 분석해보고 추가로 시장의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관한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이날 파월 의장에서 알아야 할 것들은 아래 8가지입니다.
① “5월에 0.5%포인트 인상안이 테이블에 있을 것”→해석: 0.5%포인트 인상 재확인
② 0.5%p씩 3회 가능성에 “시장도 우리가 보는 대로 접근. 시장은 일반적으로 적절히 반응하지만 특정 가격을 지지하고 싶지 않아”
→해석: 연속으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시사. 최소 5~6월 확률 급등
③ “금리 앞부분에 많이 올려야 한다는 얘기 있어” →해석: 초반에 0.5%포인트씩 많이 올린 뒤 상황에 따라 여유를 갖겠다는 의미
④ “물가 3월이 피크였을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 몰라. 더 이상 공급망 개선에 의존하지 않을 것”
→해석: 공급개선 기대 접고 수요 억제로 헤드라인 물가를 잡겠다는 의미. 한동안 강한 긴축 가능
⑤ “연착륙 쉽지 않아 도전적. 공급 개선되면 연착륙에 매우 도움”→해석: 공급망 개선 없이는 연착륙 사실상 어려워
⑥ “미국 경제 매우 강해”→해석: 지금으로서는 긴축을 견딜 수 있다는 분석
⑦ “임금 계속 올라. 노동시장,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강해”→해석: 임금인상에 따른 인플레 고착화 우려
⑧ “일부 세계화 요소 종말 가능. 더 높은 인플레와 낮은 생산성 나타날 것”→해석: 코로나19 이전 경제로의 회귀는 불가. 고인플레 시대 도래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파월 의장은 오늘 아침 시장에서는 3번의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책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시장은 우리가 보는 대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어 “나는 어떤 특정 가격을 지지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시장은 일반적으로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많은 이들이 한번이나 그 이상의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0.5%포인트가 5월 회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했는데요.
우선 파월 의장은 5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직접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니 5월은 0.5%포인트로 완전히 정해졌다고 보면 될 듯하구요. 새로운 부분은 0.5%포인트씩 3번에 대한 말에 부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장이 보는 거나 연준이 보는 거나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투로 얘기했다는 부분이 중요한데요.
사실 5월 0.5%포인트는 이달 초 공개된 3월 회의록에서 확정된 부분입니다. 지난 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5월 0.5%포인트 인상은 합리적”이라고도 했죠.
정확히 따지면 이번엔 의장인 파월의 입으로 이를 확인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연속으로 0.5%포인트씩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을 듣게 됐다는 점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다음 달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그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이 따라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는 공급망 개선에 더 이상 기대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파월 의장은 지금이 인플레이션 피크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이 인플레이션 피크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왔고 올해 남은 기간 물가가 떨어지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이런 기대들은 과거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는 또 “3월이 피크였을 수 있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런지 모르며 그것에 의지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더 이상 공급망 개선에 의지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연준이 지적을 받던 것 중의 하나가 사전 대응에서 사후 데이터 검증 뒤 정책집행 방식으로 바꿨으면서 공급망과 인플레이션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통화정책을 해왔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공급망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했는데요.
인플레이션 하락 예상치는 크게 연준의 긴축 결과 수요감소하면서 나온 하락분에 공급망 회복에 따른 개선분이 더해진 겁니다. 공급 개선을 생각하면 긴축을 덜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번에 통화정책으로만 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좀 더 해석을 보태면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공급망에서 도움 받지 못하는 부분을 수요 측면에서 채우겠다고 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 강력한 긴축이 이어진다는 얘기죠.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급망 부분은 제쳐두고 통화정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전했습니다.
추가로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하다(very strong)”고 했는데요. 이 말을 들을 때는 현재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쉽지 않으며 도전적”이라고 했는데요. 경제가 계속 강할 거라면 정책실수로 금리를 좀 더 올리더라도 버틸 수 있어야겠죠. 연착륙에 자신 있다고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공급망이 개선되면 연착륙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을 할 정도입니다. 앞서 그가 공급망 개선에 기대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착륙 또한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간, 행운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죠.
파월 의장은 임금인상발 인플레이션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런 점들이 드러났는데요. 그는 후한 임금과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두고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며 앞으로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생산성이 나타날 것을 걱정한 대목도 미국의 고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으며 연준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연장선에서 파월 의장이 앞부분에 금리인상을 많이 하는 쪽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앞에 많이 해두면 나중에 천천히 하거나 멈출 수 있는 여유공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기대차럼 속도조절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파월 의장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는데요. WSJ에 따르면 이날 파월 의장은 IMF 행사 외에 별도의 컨퍼런스에서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예를 들었는데요.
그는 “볼커 의장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인플레이션이 지속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이해했다”며 “그는 두 가지와 싸워야 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이며 다른 하나는 인플레가 지속적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이라고 했는데요.
이 말의 의미가 파월이 예전처럼 두 자릿수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당히 중요하며 연준이 이것이 큰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하는데요. 앞서 전해드린 대로 파월 의장이 “3월이 피크였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 잘 모른다. 공급망 기대없이 중립금리로 빨리 나가겠다”고 한 것도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망신을 당한 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연준이 피크론으로 또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입니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리기 전에 빨리 움직이겠다는 의지기도 하구요.
추가로 제가 생각하는 미국 경제 상황을 잘 요약해서 제시해준 분이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존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기저에 있는 경제성장은 긍정적이다. 여행과 레저 등의 기업은 성장이 강하고 사람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으며 사이버 안보와 에너지, 에너지 분야는 강하다”면서도 “도전은 인플레이션이다. 불행히도 인플레는 더 지속적인 것 같다"고 했는데요.
그는 이어 “우리는 해운과 운송, 에너지 비용 증가를 보고있고 모든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며 “나의 걱정은 기업들이 이에 반응하면 임금인상과 함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점이며 이를 고려하면 인플레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는 당분간 미국 경제가 탄탄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과 연준의 긴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둔화나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낙관적 시각을 갖는 이들도 있습니다. 샤민 모사바르 라마니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 그룹장은 “미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8~9%는 피크라고 본다”며 “우리는 상품과 임금, 주택가격을 보는데 상품은 올해와 내년에 상당히 내려갈 것이다. 임금은 느리고 더디겠지만 노동참여율이 올라가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집은 대출금리 상승이 수요에 영향을 줘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의 주장에 “피크론이 새로운 일시론”이라는 댓글이 달렸다는 점인데요. 연준과 월가의 지난해 ‘인플레이션=일시적’ 주장을 비꼬는 것이죠.
당분간은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엘 에리언 고문의 말처럼 행운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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