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망을 갖춘 종합무역상사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종합상사는 과거 수출진흥책의 일환으로 세제 및 금융 측면에서 정부의 많은 혜택을 받으며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제조사들의 자체 해외 영업망 확충을 통한 직수출 확대와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에 따른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제조 산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보유 광산 가치가 재부각되면서 종합상사의 몸값이 크게 뛰고 있다.
22일 업계 관계자는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해외자원개발 광구의 확보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종합상사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트레이딩을 통해 금융과 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해외 생산, 합작 투자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원자재 확보 역량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종합상사, 최대 실적 전망…주가도 우상향 = 국내 종합상사 기업에는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LX인터내셔널(001120), 현대코퍼레이션(011760), GS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해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실적 기대감에 주가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글로벌(001250)은 전일 대비 13.87% 오른 4,2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글로벌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는 소식에 해외에 보유한 석탄광산 지분이 부각되며, 우크라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3개월 사이에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 3곳을 운영하는 LX인터내셔널은 50% 이상 급등했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도 20%~30% 가량 올랐다.
올해 1분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부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무역, 에너지, 투자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 33개사, 80여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미얀마 가스전을 통해 일일 평균 5억 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으며, 호주 나라브리 석탄광산에 지분 5%를 투자해 연간 약 340백만톤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9조2,037억원, 영업이익은 51% 급증한 1,91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이는 증권사 추정치(1,450억원)와 시장 컨센서스(1,499억원)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현대코퍼레이션에 대해 원자재 가격 강세 바탕으로 매출 비중이 큰 철강, 석유화학 외형 확대. 철강 부문의 고마진 거래에 따른 이익률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에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기존 4,220억원과 5,030억원으로 19.1% 올려잡고, 영업이익은 460억원에서 530억원으로 15.2% 상향했다.
LX인터내셔널도 에너지와 팜, 물류 사업 모멘텀을 바탕으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설 지주 내 시너지 추진, 친환경 및 웰니스 신사업 강화, 원자재 가격 강세 유지 및 물류사업 호조로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6,92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9,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보유광산 가치 부각 = 최근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급등하면서 해외 광산을 보유했거나 원자재 관련 공급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위축, 코로나 종식 기대감에 따른 수요 확대, 친환경 패러다임 전환 등의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말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공급 우려에 국제유가, 천연가스, 니켈 등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2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수급안정화지수에 따르면 4차산업 핵심광물인 리튬(2.00)과 코발트(3.36)는 수급불안 상태이며, 니켈(6.34)은 수급주의를 가리키고 있다. 수급안정화지수는 국내 수급 리스크의 표준척도로 공급위기(0~5), 공급불안(5~20), 공급안정(20~80), 공급과잉(80~100) 지수를 제공한다.
KOMIS에 따르면 니켈의 t(톤)당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3만3,775달러로, 올해 초(2만730달러) 대비 82.2% 폭등했다. 같은 기간 리튬 가격은 t당 44만8,500위안으로 연초(26만4,500위안) 대비 69.5% 급등했으며, 1년 사이에는 294%나 치솟았다. 이외에도 코발트(8만1,780달러)와 망간(1,785달러), 텅스텐(44.5달러/kg)등 주요 원자재 광물 가격은 연초 대비 10~20% 대 올랐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자 기업들은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아르헨티나 염호에 리튬 생산 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호주 광산개발 전문기업 필바라에 투자해 리튬을 채굴하고 다양한 공급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14일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회사 등과 전기차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논바인딩 투자협약(Fra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해외 주요 광산에 대해 그동안 매각 방침을 밝혀온 정부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해외자원관리위원회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니켈·코발트), 파나마 코브레파나마(구리) 등 해외 주요 광산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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