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과 핀테크, 카드사 등이 신용평가모형(CSS)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에 어려움을 겪던 ‘신파일러’를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쇼핑·통신비 등 비금융 정보를 대안 평가 항목으로 편입하는 등의 맞춤형 CSS는 실제로 대표적 신파일러인 20대의 대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20대 대출액 비중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케이뱅크가 2월 16일 신파일러에 맞춘 특화 CSS를 적용한 후 지난달 31일까지의 대출 실행액을 분석한 결과로 20대 대출액 비중은 특화 CSS 적용 전보다 12.5%포인트나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신파일러 4명 중 1명이 20대였음을 고려하면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것이 신파일러의 대출액 비중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파일러 특화 모델은 잠재력이 있지만 금융 정보 부족으로 대출이 어려웠던 20대에게 기회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신파일러 특화 CSS를 갖추고 ‘1금융권 대출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은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휴대폰 소액결제, 카카오택시, 카카오커머스 등에 쌓인 데이터를 신파일러 신용 평가에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교보문고와 업무협약을 맺은 카카오뱅크는 현재 교보문고 도서 구입 정보 등도 대안 정보로 활용될 수 있을지 판단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들도 CSS 고도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계 1위인 피플펀드는 최근 20대를 대상으로 한 CSS 개발을 마쳤다. 금융권에서 연령군 특화 CSS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으로 회사는 5월부터 이 모형을 실제 대출 심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추후 학점 등 다양한 대안 데이터 활용도 검토 중”이라며 “20대 전용 CSS의 성과가 좋을 경우 20대 맞춤형 대출 상품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신파일러의 신용 결제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대안 신용 평가 사업에 진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한카드는 카드 승인 정보나 디지털 행동 데이터 등을 활용해 사회초년생 등에 특화된 CSS를 개발했으며 이 모형을 통한 대안 신평 사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사내 벤처를 통해 다날과 업무 제휴를 맺고 오는 3분기 중 신파일러를 위한 후불결제(BNPL)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대안 CSS를 구축하면서 채권 매입 등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