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하루만에 현실된 셧다운…베이징선 아침부터 식료품 '패닉 바잉'

[베이징 사실상 '부분 봉쇄']
차오양구 중심 15㎢ 임시통제
전 주민 5일간 3차례 핵산검사
사재기 행렬에 마트 매대 텅텅
中경기 우려에 철광석 장중 12%↓

혹시 모를 봉쇄 조치에 대비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사재기로 인해 25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대형마트 매대 곳곳이 비어 있다. 사진=김광수 기자


25일 오전 9시께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대형마트는 혹시 모를 베이징 봉쇄 조치에 대비해 아침 일찍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트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서 기다리기를 10분. 어렵사리 들어선 마트 안은 계산하고 나오는 사람에게 카트와 바구니를 직접 넘겨받아야 할 정도로 혼잡했다. 신선 식품을 비롯해 곳곳에는 빈 매대가 눈에 띄었다.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물건을 가져다가 채워도 배추·감자·마늘·대파 등이 쌓여 있던 자리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쌀·계란·우유 등도 대부분 동이 난 상태였다. 북새통 속에 계산대마다 쌓인 물건을 보니 장기간 격리를 대비하려는 모습이 확연했다.


전날 밤부터 베이징 시내를 흉흉하게 돌던 ‘베이징 봉쇄’ 소문은 이날 차오양구가 일부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하루 만에 현실이 됐다. 이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19명, 23일부터 이틀간 감염자는 41명에 불과했지만 베이징시는 확산세 조기 차단을 위해 고강도 방역 조치에 돌입했다. 베이징시는 차오양구 전 주민 등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격일로 세 차례에 걸쳐 핵산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차오양구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약 15㎢ 구역 주민들의 외부 출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베이징시 관계자가 이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베이징시 전체를 봉쇄할지, 부분 봉쇄할지는 감염병 전파 범위에 달렸다”고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부분 봉쇄 카드를 빼든 셈이다.


차오양구는 인구 345만 명으로 베이징(2000만 명)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살고 있는 지역인 만큼 확진자가 퍼질 경우 자칫 상하이처럼 도시 전체를 봉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에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통제구역 내 식당·영화관·노래방·PC방 등은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대신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슈퍼마켓·병원 등은 정상 운영된다. 이날과 27일 두 차례 전수 핵산 검사에서 전원 음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봉쇄는 계속된다.




차오양구 전 주민들에게 핵산 검사 명령이 내려진 25일 오전 왕징 지역 한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검사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차오양구 주민들은 27일까지 의무적으로 세 차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진=김광수 기자


중국 내 다른 지역도 확진자 발생에 따른 봉쇄 조치와 공장 가동 중단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플의 중국 내 최대 협력 업체인 폭스콘의 장쑤성 쿤산시에 있는 공장 4곳 중 2곳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20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상하이 봉쇄가 풀리기도 전에 베이징까지 봉쇄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중국 경기 전망은 더욱 암울해졌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3.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중국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장중 11.6% 급락한 133.25달러를 기록했으며 상하이 선물 거래소에서 알루미늄 가격도 장중 5.2%의 낙폭을 보였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궈마오 인근의 신선 식품 매장인 허마셴셩 매대가 25일 격리에 대비한 물품 사재기로 인해 텅 비어 있다. 사진 제공=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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