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수정 "러블리즈 때 보다 16kg 감량, 하고 싶은 게 많아졌거든요"에 이어서…
러블리즈가 확실한 색깔이 있는 그룹이었기에 솔로 앨범에서 더 차별점을 둬야 한다는 고민이 따를 것 같지만 이수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러블리즈 음악을 할 때가 더 고민이었다”고 단호하게 말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러블리즈가 여리고 아련하고 소녀스러운 감성이었다면, 전 파워풀하고 강렬한 음악을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러블리즈의 음악이 제가 그동안 해왔던 색깔도 아니었고 방향성도 달라서 훨씬 더 고민이었죠. 솔로 앨범은 제가 하고 싶던 색깔이라 더 쉽고 재밌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아직 러블리즈 멤버들에게 솔로 앨범 피드백을 듣지 못했다. 그는 “멤버들과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면서도 “노래는 아직 아무도 들려달라고 하지 않아서 못 들어봤다. 먼저 들려달라는 말은 안 해서 선뜻 들려주기 그랬다”고 엉뚱한 답을 내놔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주변에서 노래를 먼저 들어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좋다고 해줬다”고 만족해했다.
가요계 청순 계보를 잇는 러블리즈의 해체는 아직도 많은 음악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부침도 있었지만 음악적으로 평단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고, 실력이 뛰어난 멤버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러블리즈 멤버들끼리도 오랜 시간 동안 재계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계약 만료 반년 전부터 논의했어요. (해체는) 우리끼리 얘기하고 나서 결정한 거죠. 처음에는 다 같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걸 말해보고 회사와 소통했고요. 또다시 그걸 토대로 우리끼리 얘기해 봤어요.”
그렇게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러블리즈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이하 울림)에는 이수정만 남았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울림에 몸담았던 그는 홀로 재계약을 한 것에 대해 “오랜 인연 때문이라는 이유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울림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다시 남기로 결정했어요. 회사에서는 정확히 ‘어떤 걸 같이 해보자’고 말씀해 주시진 않았지만 ‘만약에 남게 된다면 이런 것들을 하게 될 거야’라는 정도만 말해줬고요. 예를 들면 솔로 활동 같은 거요.”
그룹 활동을 하면서 깊어진 고민은 솔로 가수로 마음을 굳히게 된 것에 한몫했다. 러블리즈의 리더로서 ‘팀을 먼저 생각하느냐. 나를 먼저 생각하느냐’가 늘 고민이었다. 팀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힘든 시간이 반복됐다.
“저도 모르게 팀에 맞춰 나를 바꾸고, 피해가 갈까 봐 스스로를 억누르는 일이 많았어요. 팀이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튀는 행동도 안 하다 보니 저라는 사람이 안 보였죠. 이름을 바꾼 것도 진짜 나로 살고 싶어서고요.”
그렇다고 러블리즈로 보낸 시간이 힘든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 힘들어 하기보다 그냥 그 시간들을 재밌게 즐길걸’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보니 마음 놓고 소중한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제가 그런 것에만 빠져 있지 않았나 싶어요. ‘러블리즈 다이어리(러블리즈 자체 제작프로그램) 할 때도 그 재밌는 순간에만 집중할걸. 내가 머릿속에 괴로운 생각들을 만들어내지 말고 멤버들과 그냥 재밌게 놀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제 그런 걸 깨닫고 나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감사해요. ‘잘하려고만 하지 말고 행복할 수 있게 즐기자’라고 마인드 자체가 변했어요.”
오랜 연습생 생활부터 러블리즈 활동까지 모두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음악적인 자부심도 크고, 어딜 가도 자랑스러웠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수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은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예전에는 1위 하고 상 타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의미가 없어요. 성적보다는 제 음악을 좋아해 주는 분들과 소통하고, 앞으로 그분들이 제 음악을 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곡 작업하는 게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흘려듣고 지나가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겪는 순간에 제 음악으로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