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우크라 전쟁 이후 러 원유 수입 2배 늘려

서방 제재 속 두 달 간 4000만배럴 주문…작년 1600만배럴 훌쩍 넘어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가 6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에서 자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연례 정상회담을 열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원유의 양이 지난해 전체 러시아산 수입량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방이 원유 등 러시아 자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과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로이터 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인도 정유 업체들이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주문한 러시아산 원유 규모가 4000만 배럴 이상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 규모 1600만배럴의 2배가 넘는 양을 불과 두 달 만에 사들인 것이다. 평소 인도는 수입 원유의 2∼3%만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자 비교적 저가인 러시아산 원유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다.


인도 정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제 석유) 가격 충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이익도 지켜낼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러시아산 원유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도의 궁지에 몰린 러시아에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등 서방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인도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회원국이지만 과거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와도 정치·경제·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 쉽사리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러 관계가 악화할 경우 러시아산 무기로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해야 하는 인도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규탄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유엔 총회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이어 지난 8일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결의안 표결에도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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