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中봉쇄' 본격 반영도 안됐는데…1분기 겨우 0.7% 성장

[올 3% 성장 적신호]
민간 소비 0.5%↓ 설비 투자 4.0%↓
수출 4.1% 증가, 버팀목 역할했지만
물가·금리·환율 '삼중고' 악재에
대외 불확실성 커져 2분기부턴 암울


오미크론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0.7%(직전 분기 대비)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소비와 투자가 뒷걸음질하면서 성장세가 1분기 만에 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까지 커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음과 함께 올해 3.0% 성장도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 분기 대비 0.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2%)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0%대 초중반에 그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2%)와 비교하면 성장률은 0.5%포인트나 떨어졌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 역시 교역 조건 악화로 1분기 성장률보다 낮은 0.6%로 집계됐다.


민간 소비와 투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민간 소비의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1분기 오미크론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오락문화·운수·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5% 감소했다. 설비 투자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로 기계류와 자동차 등 운송 장비를 위주로 4.0% 줄었다.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 투자도 건설 자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겹치며 2.4% 뒷걸음질 쳤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화학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4.1% 늘며 홀로 성장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4%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 설비 투자 기여도는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1분기는 수출 덕에 힘겹게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는 데다 오미크론 확산 방지를 위한 중국의 대도시 봉쇄 조치로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에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2% 중후반대로 내려올 것임을 시사한 바 있는 한은도 공식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매 분기 평균 0.6~0.7% 성장을 이어가면 연간 3.0%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에 4%대를 기록한 데 이어 성장률 둔화 조짐마저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도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 우려로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도 쉽지 않아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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