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만?…팜유 대란에 립스틱·비누 가격도 들썩

로션 등 화장품 필수 원료 팜유
2년새 가격 2배 뛰어 사상 최고
아모레·LG생건 줄줄이 가격인상
수입향수, 곡물값 인상에 5~20%↑


글로벌 원자재 대란에 향수·화장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향수 원료 제조에 사용되는 곡물 값이 오른 데다 립스틱과 로션, 비누 등의 기초 원료인 수입 팜유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의류 원단 가격마저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계기로 오랜 만에 패션·뷰티 제품을 구매하려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끌로에·랑방·안나수이·지미추·버버리 등 수입 향수 브랜드는 이달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4~20% 인상했다. '버버리 브릿쉬어(30㎖)'의 경우 기존 5만 7000원에서 6만 4000원으로 12% 올랐다. 'CK 캘빈클라인(100㎖)'은 7만 3000원에서 16.4% 인상된 8만 5000원이 됐다. 몽블랑의 향수 제품들도 2000원씩 인상됐다.


향수 가격이 오른 건 주원료 중 하나인 에탄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에탄올 제조에는 밀, 옥수수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곡물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국의 봉쇄 조치로 유리·상자 등 부자재 가격도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유리 가격은 10%, 에탄올은 30% 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생활용품 값도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부터 설화수·헤라·프리메라 등 화장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이에 따라 헤라 '블랙쿠션'은 6만 원에서 6만 6000원으로 10% 비싸졌다. 설화수의 베스트셀러 '윤조에센스(120㎖)'는 16만 원에서 6% 가량 오른 17만 원이 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치약·세탁세제·섬유유연제 가격을 11% 인상했다. 세탁세제 테크(750g)는 4800원에서 11.2% 오른 5500원이 됐다.


명품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일찌감치 가격을 올렸다. 에스티로더그룹은 올해 1월 1일부터 에스티로더·맥·바비브라운 등 뷰티 브랜드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에스티로더 '더블웨어 파운데이션'은 7만 2000원에서 7만 3000원으로 1000원 올랐다. 샤넬은 지난 2월 '쿠션 팩트' 가격을 8만 4000원에서 8만 6000원으로 2.3% 인상했다. 고가 제품뿐 아니라 이니스프리·미샤 등 저가 로드숍 브랜드 화장품 가격도 지난달 10% 안팎으로 올랐다.


생활 뷰티용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국제 팜유 값 급등에서 비롯됐다. 팜유는 라우린산, 세틸 알코올 등 로션·립스틱·비누 등 제조에 필수 원료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 팜유 가격은 1톤당 14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지난해 원재료 중 마카다미아 오일(1㎏) 가격은 7396원으로 전년(6930원)대비 6.7% 뛰었다. 세제와 비누에 들어가는 팜 스테아린 오일(1톤)의 경우 2020년에는 684달러에 사왔지만 지난해에는 1291달러를 지불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렸다.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팜유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클리오·키스미·3CE 등 색조 브랜드들 역시 현재 가격 인상을 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 업체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면화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화학 섬유 원료 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가격은 1톤당 934달러로 1년 전(677달러)대비 38% 뛰었다. 국제 면화의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41.41센트로 6개월 전 대비 17.4% 올랐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중국 봉쇄 조치까지 겹친 여파가 올 가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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