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1970년대 불황의 데자뷔

키이쓰 웨이드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키이쓰 웨이드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유가와 소비자물가가 크게 상승한 결과 세계 주요 경제권이 불황에 빠졌던 1970년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당시처럼 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평행이론에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된 자금을 기반으로, 소비자 지출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은 팬데믹 이후 경제 봉쇄 조치와 소비 심리 냉각으로 2020년 4월 33.8%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전 최고치였던 1975년 5월(17.3%)의 2배에 달한다. 축적된 저축액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변수가 등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하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슈로더 그룹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세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 하에 올해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가 4.7%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21년 초 인플레이션 상승은 항공·호텔 등 리오프닝 섹터가 주도한 반면 최근에는 주택시장과 같이 경기에 민감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9% 오르는 등 경기 민감 항목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연쇄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는 앞서 말한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상황과 더욱 맞닿아있다. 당시 높은 유가 상승은 서방세계의 임금 상승을 초래했고, 경제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서방국 상당수 경제가 위축되거나 불황을 겪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팬데믹발 공급망 차질은 이미 글로벌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의 길로 인도했고 전쟁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켜 소비자와 기업에 상당한 압박을 가한다. 이에 슈로더 그룹은 성장률이 지속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인플레이션 전망치 상향과 더불어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두 가지 상황을 전제로 한다. 우선 첫 번째는 병목 현상으로 인해 지출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다. 자동차와 같이 고가의 상품에 대한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고 여행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는 또 다른 경제 블랙홀(air pocket)을 생성해 공급이 수요를 충족할 때까지 경기가 하락하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결국 저축 자금을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다.


물론 과거 경제 주기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 경제학자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된 자금의 지출이 세계 경제를 지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오프닝과 함께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잘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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