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지금은 평가를 못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한국과 관계에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의 주역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ICBM을 발사했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건 대화를 접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손 전 앵커가 ‘지금은 김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못하겠다는 말로 알면 되느냐’고 되묻자 직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 단절로 갈 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세계적인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한국과 관계에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과 다 좋았는데 딱 하나 부담되는 게 방위비”라며 “한꺼번에 다섯 배를 올려달라고 했는데 제가 당연히 거절했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요구는 해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위비 협의를 위해 무역 보복 등 공세가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우호적 평가의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2018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가장 어려웠던 점은 미국의 리비아식 모델 제시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선비핵화하면 체제 보장해주겠다고 나왔는데 북한이 반발했다”며 “북한이 성명을 내면 험한 말을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대화하겠다는 태도냐며 대화 거부를 선언했다. 그 대화를 잇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그때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에 북한의 이 같은 특성을 전달하고 북한에도 미국과 협의하도록 다리를 놓아 최종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고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결과적으로 원위치됐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5년간의 평화는 어디 날아갔느냐”며 “끝까지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등 두 정부에서 북한과 한 건도 군사적 충돌도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목함지뢰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심지어 민간인까지 희생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느 방법론이 옳은 것이냐. 누가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잘 지킬 것이냐”고 되물은 뒤 “진보 정부가 훨씬 잘 지켰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호되게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핵확산방지조약을 탈퇴해야 하고 한미동맹도 위태로워지고 남북 간 핵 경쟁도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넘어서서 정치인이 삼가야 할 주장”이라며 “기본이 안 된 주장이다. 그건 좀 나무라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제타격 언급과 ‘싸드(THAAD)’ 추가 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문 대통령은 "선제타격을 얘기한다든지 북한 ICBM 발사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친다고 거칠게 표현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싸드 추가 배치에 대해선 “선거용이다. 대통령 모드로선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