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미국보다 중국 경제성장률 높여라" 지시

성장률 둔화 충격, 인프라 투자로 만회 주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베이징 인민대학교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보다 경제 성장률을 높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릴 것도 주문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최근 경제와 금융 분야의 고위 관료들을 연이어 만나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서방의 자유민주주의보다 중국의 일당제가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미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성적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로, 중국(4.0%)을 앞섰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년 만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제쳤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경제 분야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위기로 다가온 순간이다.


올해 중국은 ‘5.5% 내외’라는 연간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최근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은 4.8%에 그쳤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성장률 예측치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기존 4.3%에서 3.9%로 낮추는 등 3%대로 성장률이 주저앉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은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제11차 회의를 주재한 시 주석은 "인프라는 경제·사회 발전의 중요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시 주석이 직접 인프라 강화를 주문하면서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현대화된 인프라 체계 구축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데 견고한 기초를 닦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재경위는 회의에서 중국의 인프라가 전체 수준에서 비약적 성장을 했지만 국가발전과 안보 수요에 비해 아직 부족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공항과 기타 교통 허브, 에너지, 수자원 보호 프로젝트 등을 거론하며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장기 금융 채널의 확충을 촉구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느라 ‘경제 수도’인 상하이가 한달째 봉쇄되면서 경제 충격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수도 베이징까지 일부 지역이 봉쇄되는 등 봉쇄 지역이 확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고, 소비쿠폰을 발급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직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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