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7일 더불어민주당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 우려에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거리를 두던 데서 반나절 만에 방향을 튼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은 차기 정부와 의논하고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해야 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이 절대적 수적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윤 당선인 측이 국민 여론을 내세워 법안 통과를 저지할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장 실장은 “차기 정부가 탄생했는데도 완전히 무시하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의회 독재를 한다면 당연히 국민들께 (찬반을) 직접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과연 국회의원들에게 불수사 특권을 주라는 건지, 공직자들에게 불수사 특혜를 주는 게 맞는 건지 국민들께 물어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다수의 폭거에 대해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헌법 정신을 수호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민주당과 야합을 한다면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상황을 지켜보며 국민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다만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많은 국민이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날로 고도화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향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면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형사 사법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도 풍부하게 조성되는 것으로 안다”며 윤 당선인의 우려를 우회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 측의 국민투표 제안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려는 당선인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부정하고 수사 기소권을 부정하며 국민투표 운운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자기모순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윤 당선인도 제안하려면 대통령직을 걸고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법이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경우 국민투표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 실장은 국민투표의 위헌성이나 요건·절차 충족 여부에 대해 “요건과 절차를 다 검토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물어보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