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올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일부가 유럽으로 넘어간다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이 미국 또는 유럽의 요청에 따라 이번 여름까지 LNG 물량 일부를 유럽에서 사용하도록 전용한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본격적인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전날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는 1550억 입방미터로 전체 수입량의 약 45%를 차지했다. 다만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입이 대부분인 탓에 이 중 LNG는 140억 입방미터에 그쳤다.
유럽으로의 LNG 물량 이전은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2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 우방들로부터 LNG 물량을 확보해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일본처럼 우리와 (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스와프(교환)해 LNG 수송선을 EU로 돌릴 의사가 있는 바이어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EU가 아시아 국가들과 스와프 형태의 장기 가스 계약 가능 여부를 논의한데 이어 미국도 한국·일본 등과 만나 지원 의사를 타진하자 일본은 유럽에 일부 LNG를 융통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국은 올 겨울까지는 국내 사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거절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해 유럽 천연가스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지원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