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청소년 10명 가운데 4∼5명은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신체·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청소년 10명 중 2명가량은 최근 1년간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여성청소년의 경우 10명 중 3명이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실태조사다.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을 이용했거나 입소한 경험이 있는 만 9∼18세 청소년 4천39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됐다.
◇ 위기청소년 33% 가출 경험…70% "가족과 갈등 탓 가출"
조사 결과 위기청소년의 절반가량은 부모 등으로부터 신체폭력(44.4%), 언어폭력(46.0%)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출청소년 보호·생활시설인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이용한 청소년의 경우 신체폭력과 언어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각각 72.1%, 72.9%에 달했다.
응답자의 32.6%는 가출을 해본 적이 있었다. 최근 1년간 가출을 한 적 있다는 응답자는 22.6%였다. 이는 '2020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당시 청소년의 최근 1년간 가출 경험률(2.5%)과 비교하면 20%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집을 나오게 된 이유(복수응답)로는 가족과의 갈등(69.5%), 자유로운 생활(44.3%), 가정폭력(28.0%) 등 순으로 많았다.
위기청소년의 19.8%는 디지털 성범죄 및 개인정보유출 등 온라인 인권침해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성별로는 여성청소년의 피해 경험률(26.6%)이 남성청소년(13.5%)의 2배에 달했다. 위기청소년의 경우 유해약물 이용 경험률도 높은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33.5%는 흡연, 29.6%는 음주를 경험했으며, 환각성 물질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0.9%였다. 특히 조사대상 중 소년원 및 보호관찰소 입소 청소년의 유해약물 경험률은 흡연 72.7%, 음주 44.6%, 환각성 물질 1.1%로 나타났다.
2020년 청소년 실태조사에서의 유해약물 이용 경험률은 흡연 4.6%, 음주 11.6%, 환각성 물질 0.4%였다. 또 위기청소년의 15.9%는 최근 1년 동안 친구나 선후배 등으로부터 폭력피해를 겪었으며,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자 비율은 4.3%였다.
◇ 위기청소년 30% 아르바이트 경험…생계해결이 주된 목적
위기청소년 29.5%는 지난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입소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43.7%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는 생계 해결(27.9%)이 용돈 부족(21.7%)보다 응답자 비율이 높았다.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 이용 청소년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51.9%는 생계 해결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위기청소년의 심리·정서적 특성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6.2%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여성청소년(32.1%)이 남성청소년(20.6%) 보다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기관유형별로는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 이용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35.6%)이 가장 높았다.
최근 1년간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8.7%로, 여성청소년(29.8%)이 남성청소년(8.2%)보다 응답자 비율이 높았다. 최근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9.9%였다. 성별로는 역시 여성청소년(13.9%)이 남성청소년(6.1%)을 웃돌았다.
김권영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이에 대해 "여성청소년이 가정폭력이나 온라인 인권침해, 성폭력 등 피해에 노출되는 비율이 남성청소년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이런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여성청소년의 우울감도 높고, 그에 따라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유로는 심리불안(48.4%), 가족 간 갈등·학대(26.3%)를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청소년쉼터·청소년자립지원관 이용 청소년의 45.2%, 아동보호전문기관 이용 청소년의 59.2%는 가족 간 갈등과 학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답했다.
◇ 위기청소년 10명 중 1명 "어려울 때 도움 요청할 사람 없어"
가정 밖 생활을 하는 동안 도움을 준 대상은 '친구 또는 선후배'(67.4%)가 가장 많았다. 폭력피해를 본 후 청소년기관, 학교, 의료기관 등 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37.8%였다.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11.0%였다.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중 상담복지센터, 위(Wee) 센터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약 80%로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두 기관을 알고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0%에 그쳤다. '청소년상담 1388'에 대한 인지율은 79%에 달했으나 '1388'을 알고 이용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27.8%에 그쳤다.
가정 밖 생활의 어려운 점으로는 '생활비 부족'(54.0%)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갈 곳·쉴 곳이 없음'(42.4%), '우울·불안'(33.3%), '일자리 없음'(20.9%) 등 순이었다. 가정 밖 청소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37.1%)과 '숙식 제공 등 생활지원'(34.3%)이었다. 위기청소년이 직면한 어려움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45.9%), '진로를 찾기가 어려움'(30.9%), '가족과의 갈등'(27.2%) 등이 꼽혔다. 위기청소년이 희망하는 지원 서비스는 '일자리 제공'(77.6%), '직업교육훈련·자격증 취득'(76.6%), '건강검진 제공'(76.4%) 등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복지·보호 정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위기청소년이 더 편리하게 필요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내년 청소년상담1388 통합콜센터를 구축하고,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청소년의 자해·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시·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임상심리사를 2명씩 신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정서·행동문제 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청소년치료재활센터 추가 건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청소년안전망의 진로·취업지원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