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령 받고 기밀 유출 시도 '간첩활동' 현역장교 첫 검거

군·경, 대위 보안법 위반 송치
가상자산투자사 대표도 구속


가상자산 투자 회사 대표 A 씨가 현역 장교 B 씨에게 전달한 시계형 몰래카메라. 사진=서울중앙지검

현역 장교와 가상자산 투자 회사 대표가 북한으로부터 암호화폐를 대가로 받기로 하고 군사기밀을 빼돌리려다 군·경찰 합동수사에 적발됐다. 현역 장교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과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간첩 활동 지시를 받은 가상자산 투자 회사 대표 A 씨와 군 장교(대위) B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과 군검찰은 이들을 구속 기소한 상태다.


A 씨는 지난해 7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북한 공작원 C 씨로부터 현역 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A 씨는 지난해 8월 현역 장교인 B 씨에게 “군사기밀을 제공하면 암호화폐 등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A 씨가 간첩 활동에 대한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60만 달러(약 7억 원)가량의 암호화폐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 장교 B 씨도 비트코인 4800만 원어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대화는 대부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A 씨는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시계형 불법 카메라를 구매한 뒤 장교 B 씨에게 택배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이를 군부대로 반입해 군사기밀을 촬영하려고 시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카메라의 화질이 좋지 않아 B 씨는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로그인 자료를 A 씨와 공작원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가 장교 B 씨에게 해킹 프로그램이 담긴 USB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면 KJCCS를 통해 군사기밀이 곧장 유출될 수도 있었다. KJCCS는 군 작전 지휘 및 군사기밀 유통에 사용되는 전산 체계다.


A 씨는 군사기밀 탐지에 사용하는 해킹 장비 부품을 구매해 노트북에 연결한 뒤 북한 공작원이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또 B 씨를 포섭하기 전 다른 현역 장교에게도 접근을 시도했으나 해당 장교가 거절해 실패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군사기밀이 실제로 북한에 넘어가기 전에 이들을 검거했다”면서 “안보위해 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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