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반도체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사진)를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7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5년 이상 중단됐던 대형 인수합병(M&A)에 다시 참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치사리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치사리는 2018년부터 BoA 메릴린치의 상무이사 겸 글로벌 반도체투자부문장을 맡은 인물이며 반도체 업계의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력에 따르면 그는 메릴린치에서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100억 달러 규모), AMS의 오스람 인수(46억 달러 규모), 마벨의 아콴티아·아베라 인수 등 다수의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메릴린치로 옮기기 전인 2016∼2018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상무로 재직했다. 이때도 기술 기업들의 M&A 업무를 맡았다. 아날로그디바이스의 리니어테크놀로지 인수(147억 달러 규모), 브로드컴의 브로케이드 인수(56억 달러 규모), 퀄컴의 NXP 인수 시도가 크레디트스위스 시절 치사리가 자문한 대표 M&A다. 이 중 퀄컴의 NXP 인수는 규제 당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치사리는 이에 앞서 JP모건체이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글로벌파운드리 등에서도 근무했다. 글로벌파운드리에서는 M&A 책임자를 담당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총수 부재와 취업 제한으로 별다른 M&A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20조 7812억 원에 달한다. 하만 인수가 완료된 2017년(83조 1842억 원)보다 37조 원 이상 더 늘었다. 그사이 올 2월 이스라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한 인텔, 최근까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암(ARM) 매수를 저울질한 엔비디아 등 다른 글로벌 경쟁자들은 M&A 시장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