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3평 원룸 살아도 '시성비' 찾죠"…'핫 플레이스' 비결은?

■서울 부동산포럼 제58차 세미나
청수당·온천집 선보인 유정수 대표 발표
"2020년 이후 대형 카페 인기, 대세될 것"
"공용 공간 늘려 체류 시간·만족도 높여야"

"MZ세대들은 3평 짜리 미니 원룸에 거주하면서도 고급 호텔의 수영장 데크를 6시간 대여하는데 120만 원을 사용합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줄어들면서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하는 것이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살아 남으려면 빼곡이 채워진 영업 공간을 줄이고 공용 공간을 늘려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장소로 거듭나야 합니다."



유정수 글로우 서울 대표

도시재생 스타트업 글로우 서울을 운영하는 유정수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 그레이프라운지에서 열린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 제58차 세미나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가 변화하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의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글로우 서울은 오래되거나 낙후된 도시 재생 사업을 위한 공간 디자인과 브랜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종로 익선동 거리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살라댕방콕, 청수당, 온천집 등 매장은 이미 SNS의 '핫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롯데그룹과 협업해 경기도 의왕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의 경영 컨설팅과 공간 기획도 진행했다. 타임빌라스 내 거대한 유리 온실을 닮은 '글라스빌'은 자연 속에 머무는 느낌을 전하면서 의왕시는 물론 경기도 외곽 지역의 명소로 떠올랐다. 개장을 앞둔 신세계(004170) 안성 스타필드도 유 대표가 컨설팅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업용 부동산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2020년 이후 대형 카페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청년들의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외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대형 공간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SNS에서는 △경기도 파주의 더티트렁크(664평) △김포의 수산공원(1311평) △부산 영도구 피아크(3000평) 등 초대형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 대표는 "커피값 5000원으로 호텔과 맞먹는 3000평 규모 공간의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창문도 없는 공간에서 잠을 자야 하는 청년들의 애환과 맞닿아있어 시야가 트인 넓은 공간에 대한 요구를 채워주는 곳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통 기업들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작 백화점의 시계를 치우고 창문을 없애 고객들이 시간의 흐름을 잊도록 하던 과거의 전략은 이미 지났다. 유 대표는 "예전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시성비가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방문해 쇼핑하고 오면 반나절이 사라지는데 쿠팡에서는 한 시간 만에 필요한 것을 모두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을 얼만큼 만족스럽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MZ세대의 입장에서는 단지 물건을 좀 더 싸게 판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글로우 서울이 운영하는 종로 익선동 ‘살라댕방콕’

그는 MZ세대의 발길을 잡기 위해 ‘6대 4’를 넘어 ‘5대 5’에 가까운 전략을 소개했다. 영업 공간과 공용 공간의 비율이다. 유 대표는 글로우 서울이 운영하는 태국 식당인 '살라댕방콕'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대지면적이 38평에 불과한 한옥이지만 12평 상당의 마당에 수영장과 폭포, 열대 나무들을 심어 동남아 휴양지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테이블이 열 개 남짓한 작은 식당이지만 이 곳은 글로우서울의 또 다른 매장 '온천집'이 들어서기 전까지 익선동에서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자랑했다. 유 대표는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4차원적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고객들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며 "온라인에서 재현할 수 없는 완성도를 제공해야 고객들이 찾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은 부동산 개발 및 금융, 마케팅, 자산 관리 등 업계 오피니언 리더와 부동산 학계 교수, 법률, 회계, 감정평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순수 비영리 단체다. 박래익 그레이프라운지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다. 2003년 63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약 200명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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