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병원에서 숨진 영아에 대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단순 코로나19 사망으로 집계해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약물 과다 투여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제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사망과 관련해 의료 과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12일 생후 12개월 된 A양에 대한 사망 사실을 제주대병원 측으로부터 보고 받고 코로나19 사망으로 집계했다고 28일 밝혔다. A양은 지난달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이틀 만에 숨졌다.
제주 보건당국은 당시 서류로만 아이의 사망 원인을 판단하고 별다른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병원 측은 A양의 사망 확인서에 심근염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담아 관할 보건소에 보냈고, 관할 보건소는 A양의 사망 사실을 제주도에 보고했다.
도 관계자는 "감염병예방법상 코로나19 의무 격리 해제 전 사망할 경우 직접 사인과 관련 없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병예방법상 관련 의료 자료를 확인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았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질병 당국이 의료법상 의료 과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양이 숨진 사고에 대해 투약과 관련한 의료 과실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에 따르면 제주대병원 측은 당시 호흡곤란 증상이 있던 A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에피네프린'이란 약물을 투여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된다. 해당 약물은 주사로 놓을 경우 0.1㎎이 적정량이지만, A양에게는 5㎎이나 투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양의 사망과 관련된 의료진을 모두 입건해 조사 중이다. 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투약 사고가 환자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병원은 과다 투약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제주대병원 측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투약 오류 사고로 유족분들께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며 “향후 진행되는 경찰 조사에 성심성의를 다해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많아 병동 상황이 경황이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 처방에 문제가 없었지만, 간호사가 지시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고가 간호사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병원은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병원 측은 “사고 당일 병동 간호사들에게는 보고가 됐지만, 병원 측에 정식 보고가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차가 있었다”며 “그런 일(은폐)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