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고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에 한국이 참여하며 국내 기업은 글로벌 우주산업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뉴스페이스로 근본적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벌어진 기술 격차를 해소할 과감한 지원과 외교적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달 자원 개발을 위해 2명의 우주 비행사를 2025년까지 달로 보내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한국은 지난해 열 번째 참여국이 됐다.
아르테미스에 참여함으로써 한국도 글로벌 우주 사업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현재로서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한국이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의미 있는 임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위성·발사체·심우주통신·항법 등 분야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역할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주도할 민간 기업이 부족하고 기술 수준도 높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기술 수준 평가 결과 11대 중점 과학기술 분야 중 ‘우주·항공·해양’ 분야의 기술 수준은 미국의 68.4% 정도로 중국(81.6%), 일본(83.5%), 유럽연합(93.3%)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8.6년으로 11대 분야 중 가장 컸다.
우주 기술 개발에는 국제적인 제약도 따른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다. 국방 분야 군수품 목록에 대한 수출입을 제한하는 이 규정에 따라 미국의 고성능 부품이 포함된 위성을 발사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기되면서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술과 부품의 폭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이를 국가 간에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TAR은 특정 기술이나 부품의 거래를 제한해 우주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본부장은 “우주산업의 핵심 기술과 미확보·미자립 기술을 우리 것으로 확보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수요만으로는 기업들이 성장할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국외시장을 개척하고 활발한 기술 교류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