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전의 ‘정상화’ 내걸고…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10일간 56개국 217편… 개막식엔 게스트 150여명 참석해
"축제성 회복 절실… 영화제 좌석 50% 이상 채울 수 있을 것"
개막작 코고나다 감독 '애프터 양', 안드로이드 통한 인간 성찰 시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과 주요 행사가 열리는 전주돔의 모습. 올해는 다양. 2022.4.28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완전한 축제성의 부활’을 내세우며 28일 전주 영화의거리 일원에서 열흘 동안의 막을 올린다. 정부의 방역 완화 조치에 따라 상영관은 거리두기 없이 온전하게 좌석이 풀렸고, 영화제 기간 설치되는 특설 ‘전주돔’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150여명의 게스트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의거리 일대에서는 기간 내내 여러 가지 오프라인 행사도 열린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 영화제의 명맥을 잇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전주시 고사동 옥토주차장에 설치된 특설 돔인 ‘전주돔’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이창동·임권택 감독, 배우 나문희·김갑수·권해효·오광록·이주영 등 150여명의 게스트가 참석했다. 전주돔을 가득 메운 게스트와 관람객들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개막식의 정상적 개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규모를 축소해야 했던 영화제의 정상화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장면이었다. 올해는 영화제 기간 동안 56개국에서 제작된 영화 총 217편을 전주 시내 5개 극장, 19개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전부터 올해 영화제의 정상화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 상영은 물론 관객과의 대화(GV)도 하고, 골목상영, 무관객 상영 등 여러 이벤트를 했지만 축제의 성격을 온전히 살리기 힘들었다”며 “올해는 어떻게든 축제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영화제 좌석을 50%만 채워도 성공이라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좋은 스코어가 나올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 스틸컷.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개막작은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이 장식했다. 안드로이드와 복제인간,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제이크(콜린 패럴)의 가족이 소유한 아시아계 청년 외양의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민)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양은 제이크와 아내 카이라(조디 터너-스미스)가 입양한 중국인 딸 미카의 보호자는 물론 정서적 안정을 맡으며, 가족 간의 관계를 잇는 역할도 한다. 그러던 중 양이 가족 댄스 배틀에 참가한 후 작동을 멈추고, 제이크는 양을 수리할 방법을 찾던 중 다른 안드로이드와 달리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기억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코고나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인간이 아니라 로봇인 안드로이드의 존재를 통해 인간과 가족,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요하면서도 묵직한 성찰을 시도한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었다”며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생각을 비롯해 연출가의 훌륭한 연출, 배우들의 조화가 모두 뛰어났다”고 개막작 선정의 이유를 전했다. 영화에서 안드로이드 양을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억장치에 기록된 작고 소박해서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상기하는 모습이 팬데믹 시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를 연기하면서 느낀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영화 속 양의 평온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많이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점이 인간성을 관통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는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최근작 ‘버닝’은 물론 전도연이 출연한 신작 단편영화 ‘심장소리’, 프랑스의 알랭 마자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등이 특별전 형태로 관객들과 만난다. 넷플릭스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관객과 대화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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