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공급망 마비 사태와 대외 위기 등 시장 악재를 뚫고 호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다음 분기 호실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핵심 부품과 장비 부족 현상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기술 구현이 지연되고 있다는 시장의 지적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2022년도 1분기 실적 발표회를 열고 매출 77조 7800억 원, 영업이익 14조 12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95%, 50.5%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3분기 처음 분기 매출 70조 원을 돌파한 뒤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호실적은 주력인 반도체가 주도했다. 반도체(DS) 부문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4% 증가한 26조 87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다. 연초 구글·아마존 같은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자 삼성전자 서버용 메모리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당초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회사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업계 시각을 뒤집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용 D램이 다른 응용처 제품 대비 강세인 것은 사실”이라며 “IT 인프라 확대 분위기로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성장해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강문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선단 공정인 4나노(㎚·10억분의 1m) 수율이 향상하고 있다”며 “안정적 수율을 바탕으로 공급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분기 호실적에도 삼성전자는 마냥 웃을 수 없다. 대외 불확실성 심화, 반도체 기술 한계 돌파 등 힘겨운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권 다툼,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마비 등으로 인프라 투자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설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고객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을 탄력적으로 세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 반도체 기술 한계에 대한 지적도 불식시켜야 한다. 최근 시장에서는 12나노 D램 개발 중단, 저조한 파운드리 수율로 인한 고객사 이탈 등 삼성 반도체를 둘러싼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회에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며 기술 로드맵과 이익 창출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한 부사장은 “12나노 D램 개발 중단은 사실이 아니며 양산 일정에도 차질이 없다”며 “선도 업체로서 겪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이 2분기 세계 최초로 양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향후 5년 수주액이 지난해 매출의 8배 이상 밀려 있어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사업도 삼성전자 호실적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가전 분야와 디스플레이 모두 부품 공급망 문제 등 대외 위기를 딛고 1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군 다양화를 통해 매출 다변화를 실현했다. 중국 업체 진입 등으로 OLED 패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언더패널 카메라 등으로 제품 차별화를 노릴 계획이다. 또 QD-OLED 사업화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은 예정대로 종료할 예정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OLED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회사가 쌓아온 OLED 기술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가전 분야에서도 비스포크 가전을 앞세운 프리미엄 가전 전략이 주효했다. 가전사업부는 2분기 에어컨 판매를 본격화하고 비스포크 가전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자재와 물류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