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종이빨대 강요사회.. ‘삶의 질’ 좋아지셨나요?

종이빨대 사용자 "소여물 씹는 기분.. 커피맛도 텁텁"
종이빨대 제조시 플라스틱빨대 대비 탄소배출량 5배이상
플라스틱 쓰레기 중 빨대비중은 0.03%..전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25%는 중국산
컵 보증금제도와 플라스틱빨대 금지제도 시행..'친환경 스트레스' 급증 전망


직장인 배형석 씨는 10년 넘게 애용했던 ‘스타벅스’에 1년전부터 아예 발길을 끊었습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인 배 씨에게 종이빨대 강요는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의 기쁨을 크게 반감시켰기 때문입니다. 배 씨는 “플라스틱 컵으로 아아를 마시자니 앞니가 시리고 종이빨대를 사용하자니 5분도 안돼 빨대가 소여물처럼 흐물거리는 일이 빈번해, 아아 한잔을 위해 종이빨대를 여러개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며 “무엇보다 종이빨대로 아아를 마시면 텁텁한 맛이 느껴져 1년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다른 매장을 간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종이빨대 관련 기사에는 변 씨처럼 불편함을 호소하는 댓글이 넘쳐납니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종이빨대의 친환경 효과는, 종이빨대 사용으로 낮아진 ‘커피한잔의 ‘효용’을 넘어 설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일까요?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잇따라 도입 중인 종이빨대가 과련 친환경적이기는 한 것일까요?


우선 종이빨대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미국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907kg 생산할 경우 약 1.55톤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반면 같은 무게의 종이를 생산하려면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9.45톤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빨대 대비 무겁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이빨대 사용 시 훨씬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합니다.


플라스틱 대비 자연에서 잘 분해된다는 종이빨대의 장점 또한 버려진 종이빨대 처리과정을 보면 장점으로 보기 힘듭니다. 버려진 종이빨대 대부분은 매립지가 아닌 소각장으로 직행하기 때문입니다.


종이빨대의 친환경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텁텁한 커피 맛을 감수할 정도로 그 효과가 큰 지 또한 의문입니다. 마이클 셀런버거의 저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따르면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9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 비중은 0.03%에 불과합니다. 종이빨대 사용의 환경 개선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해당 저서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중 4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한국에서 제 아무리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도, 중국의 플라스틱 배출을 막지 못한다면 지구는 갈수록 오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놔두고 ‘고등어 구이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던 2016년 환경부의 보도자료가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왜 일까요.


최소 ‘1일1커피’가 원칙인 분들은 앞으로 종이빨대 외에 ‘친환경’ 스트레스가 추가로 증가 할 전망입니다. 오는 6월 10일부터는 대평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1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한 1회용 컵을 제도 적용 대상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긴 합니다. 다만 한잔에 5000원에 값하는 커피를 마신 사람이 300원을 돌려 받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고 줄을 서는 등의 발품을 팔 경우, 커피 한잔의 효용이 상당부분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여기에 더해 커피숍 점주들은 1회용 컵 세척에 따른 또다른 환경오염 가능성과 1회용 컵 보관 및 보증금 환불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또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으로 된 빨대, 젓는 막대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앞선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일회용품 사용제한 제도의 ‘선의’와 상관없이, 그 효과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어집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