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가 다가온다. 위 아래를 훑어보더니 조용히 묻는다.
“혹시 당근이세요?”
요즘 한국의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죠.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몸값도 크게 뛰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몸값이 3조원을 넘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이 됐을 정도입니다.
중국에서도 중고거래가 열풍입니다.
중국에선 중고 물품을 주로 ‘얼쇼우(二手)’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사람 손을 두 번 거쳤다는 뜻입니다. 거래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중고 시장’을 의미하는 얼쇼우징지(二手經濟)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중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중고 시장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 중국 경제의 발전입니다. 소득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소비가 활발해졌고, 상품 교체 주기가 빨라졌습니다. 그만큼 사용 가능한데 쓰지 않는 물건이 늘었죠. 대표적으로 1~2년 만에 한 번씩 바꾸는 핸드폰이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소비의 주체로 Z세대가 급부상하게 된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95년 이후 출생자, 00년 이후 출생자를 부르는 지우링허우, 링링허우 등 Z세대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소비 패턴을 보입니다. 굳이 새 것을 사지 않아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중국 사람들은 체면(面子)을 중시해서 남이 쓰던 물건을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는데요. 중국의 Z세대는 그런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한 물건이라면 남이 사용했던 물건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거죠. 소득이 적으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싼 중고 물품에 손이 많이 가기도 합니다.
세번째, 기술의 발달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전자상거래가 발달했습니다. 타오바오, 징둥과 같은 e커머스 업체가 주도하는 시장 규모는 이미 세계 최대입니다. 결제, 물류 등의 발전과 더불어 데이터까지 쌓이면서 중고거래 관련 플랫폼들도 빠르게 성장했죠. 빅테크로 불리는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이 일찌감치 직접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투자에 나서면서 중고 시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칭화대학교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 등이 발표한 자료(2021 중국 유휴 중고 거래 탄소배출 저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중고거래 규모는 2015년 약 3000억 위안에서 2020년까지 1조 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해보면 한화 약 57조원에서 5년 만에 192조원 정도로 큰 셈이죠. 2025년에는 3배 더 늘어난 3조 위안(약 578조원)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2008년 4조원 정도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한국과 거의 10배 차이가 납니다
중국의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은 시엔위, 좐좐, 아이후이서우 등이 ‘빅3’로 불립니다.
시엔위는 알리바바 산하의 회사인데요. 알리바바 계열사에는 허마셴셩에 하마, 앤트그룹에 개미처럼 동물 이름이 들어가듯 시엔위에도 물고기가 들어가네요. 저도 중국에 와서 시엔위에서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을 샀는데, 새 제품 가격의 40% 정도에 새 제품을 사서 아주 만족하고 사용 중입니다.
좐좐은 다양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58퉁청(同城)의 한 카테고리에서 별도의 회사로 독립한 기업입니다.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판매 제품은 시엔위처럼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있습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이 인수한 아이후이서우는 초기 스마트폰 위주로 판매하다가 지금은 전자제품에 특화된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작년 6월에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종목명 RERE)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14달러)의 5분의 1 수준인데, 매출 성장세에 비해 흑자 전환이 더딘 상태입니다. 미국 시장의 중국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으로 보이네요.
중국의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초기 급성장하는 단계지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큽니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의 중고거래 선호도가 높은데다,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위주에서 이제는 일상 용품 전반으로 확대됐고, 최근 들어서는 중고 명품 시장도 빠르게 커나가는 상황입니다.
시장 환경도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한 몫 하고 있죠.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사용하면 그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정부도 사기거래 방지 등 중고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에 나서는 중입니다. 기업들도 ESG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며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분위기이고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중고거래 시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단의 영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