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등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의 핵심 의제를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 노조 내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중장년층이 중심이 된 생산직 노조가 임단협 요구안을 주도적으로 꾸리면서 연구소 등 비생산직 조합원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나란히 새 임기를 시작한 현대차와 기아 노조 집행부는 내부적으로 젊은 조합원 달래기에 나서면서도 정년 연장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올해 험난한 협상이 예고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최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2년 임단협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는 올해 기아 임단협의 최우선 과제와 성과급 수준, 현대차지부와의 공동 투쟁, 고용 안정 방안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겼다. 기아 노조가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전체 조합원의 의견 취합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설문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앞선 임단협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여겨지던 젊은 세대와 사무직·연구직 등 일부 직원들은 ‘노조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기 위해 설문조사에 나선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설문조사 문항이 문제가 됐다. 고용 안정을 위해 노조가 추진해야 할 사업을 묻는 질문에는 신입사원 충원, 베테랑제 기간 연장, 정년 연장 등 기존 노조가 지난 협상에서 수차례 내세운 요구안이 선택지로 제공됐다. 미래차 전환으로 인력 수요가 높아져 인력난마저 나타나는 연구직 등 비생산직과는 현실 인식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노조의 대응 방안을 물으며 △신차종 확보 △노동자 숙련 교육 △공장 재편 대응 △총고용 유지 방안 마련 등 생산 현장 중심의 의제를 택하도록 한 점도 단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 직원 사이에서 노조가 4050세대 생산직만 챙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 중심의 기성 노조 활동에 반발하며 공정한 보상과 소통·워라밸을 전면에 내세운 현대차 사무직 노조가 결성된 바 있다. 하지만 대표성을 갖는 기존 노조는 올해도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에 무게를 둔 요구안을 확정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월 16만 5200원의 기본급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겼다. 별도 요구안에는 신규 인원 충원과 해고자 복직, 만 60세 기본급 10% 삭감 등의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연장 등이 포함됐다.
2030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또 정년 연장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노조 집행부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 전체의 요구를 파악해 개선 노력을 하고 있으나 사업부·위원회, 연령대에 따라 요구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임금을 포기하고 정년 연장을 쟁취한다는 등의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다른 하나를 내어주는 방식으로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께 상견례를 시작으로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는 회사의 고민도 깊다. 특히 인력 충원과 같이 고용을 둘러싼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은 대부분 회사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미래차 관련 국내 공장 신설과 신규 투자 등도 최근 해외 현지 투자를 늘리는 회사의 기조에 역행한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공동 투쟁을 예고하면서 올해 노사가 빠르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