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경기도 주민들의 최대 숙원 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현장과 1기 신도시 리모델링(재정비) 예정지를 찾아 “제가 선거 때 약속드린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윤 당선인이 공약인 GTX 노선 신설과 연장, 1기 신도시 재정비라는 굵직한 공약에 직접 힘을 실으면서 최대 전장인 경기도의 표심이 술렁일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약속과 민생의 행보’를 내걸고 경기도 일산과 안양시·수원시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1기 신도시인 일산에 있는 GTX A노선 건설 현장을 첫 방문지로 찾았는데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대동했다. 윤 당선인은 GTX A노선의 건설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구조적인 안전이 중요하다. 사고가 안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공약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를 거론했다. 현장 관계자가 “전반적으로 5개의 신도시가 30년이 넘었다”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은 “1990년대 초반에 (평촌에 있는) 친구들 집들이를 한다고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며 “그때는 사회 초년생이 그렇게 직장을 구하면서 살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공개적으로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여야가) 서로 다른 부분을 조정해 신속한 합의로 법안을 확정 짓고 법에 따라 세입자 거주도 보장해드리면서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 보도에 절대 오해하실 일이 없다”며 “제가 선거 때 약속드린 것은 반드시 지킨다”고 거듭 밝혔다.
윤 당선인이 이어 이동한 곳은 또 다른 1기 신도시인 안양 평촌 신도시다. 윤 당선인은 이곳 역시 김 후보와 함께 찾아 노후 아파트인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를 점검했다.
윤 당선인이 GTX A노선 건설 현장과 1기 신도시 두 곳(일산·평촌)을 동시에 방문하면서 수도권광역교통망 확충과 1기 신도시 재정비 등의 공약이 새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일각에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이 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또 윤 당선인이 GTX 3개 노선을 신설하고 GTX A와 C노선은 각각 평택까지 연장하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재원 문제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공개적으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못을 박았다. 경기도민으로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들이다.
윤 당선인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 후보와 함께 수도권 도시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수원시(118만 명), 용인시(107만 명)를 찾았다. 수원도시공사에서 군 공항 소음 피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민의 삶의 질과 학습권, 국가 안보를 원만하게 조정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 게 이치”라며 “군과 지자체·주민들이 원만한 이전 장소를 찾아내고 중앙정부가 대폭 지원·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소음 피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와 함께 경기도 최대 전장들을 잇따라 방문하자 정치권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쟁자인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지방선거에 대통령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지나치게 선거 개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의도가 명백한 노골적 선거 개입으로, 대통령이었으면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후보는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주거지 용적률을 법정 상한인 300%까지 올리겠다. 일부 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 측은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대해 “당선된 후 지역에 가서 민생을 살피고 당선된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선거 개입이냐”며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