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곳곳에서 친환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제조 업계도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 요구에 발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화학 재료를 주로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동물실험 등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화장품 업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친환경 행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최초로 주문자개발생산(ODM) 시스템을 도입한 한국콜마의 경우 지난 2020년 즉시 상용화가 가능한 종이튜브를 선보이는 등 일회성 친환경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지속발전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피부각질 제거 효과가 있어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지만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대체재의 필요성이 요구됐었다. 이에 한국콜마는 지난해 8월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인 루츠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배의 석세포를 활용한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
한국콜마는협력사의 ESG 경영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나이스평가정보와 ‘협력사 ESG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나이스평가정보의 ESG 역량 진단과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콜마의 주요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화장품 용기 국내 1위 기업인 연우를 인수해 친환경 용기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분양수 등을 거쳐 6월 말 한국콜마 계열사가 되는 연우는 최근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으로 국제 친환경인증(ISCC PLUS)을 획득하기도 했다.
한국콜마와 함께 대표적인 화장품 ODM 기업으로 평가받는 코스맥스도 탄소절감에 적극 나서는 등 ESG 경영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30% 이상 감축하고 국제 비영리기구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의 A등급 획득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2030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장 내 고효율 장비 설치, 유틸리티 운영 최적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전 세계 1000여 파트너사에 제안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친환경 용기에 적합한 패키지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를 신제품 용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회원사에 이름을 올렸다. UNGC는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 발전을 목적으로 유엔(UN) 산하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발적 기업 시민 이니셔티브다. 2000년 발족 이래 160개국 1만7000여개 기업·기관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270여 회원사가 등록돼 있다.
뷰티업체들의 친환경 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 키엘은 기존 용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82%까지 절감할 수 있는 ‘퓨처 메이드 베터 리필 파우치 3종’을 지난해 선보였다. 올해는 자몽 핸드 워시, 자몽 핸드 앤 바디로션, 크렘 드 꼬르 바디 크림 3종을 새롭게 추가해 6종의 리필 파우치 라인업을 완성했다.
키엘은 다 쓴 자사제품의 공병을 수거해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공병 수거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거된 공병을 재탄생시켜 인테리어로 활용한 자원순환 콘셉트 매장 문을 여는 등 친환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고기능성 뷰티 브랜드 아이오페는 안티에이징 제품 ‘스템3 크림’을 100%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 담았다. 아이오페의 첫 리필 패키지로 국제산림관리협회 산림경영인증(FSC) 종이를 제품 포장재로 활용했다.
뷰티 업체들은 화장품 용기 재활용에 소비자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화장품 리필스테이션’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샤넬코리아, LG생활건강 등이 대형마트와 백화점, 단독매장 등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리필스테이션은 리필용기를 구매한 후 원하는 화장품을 담아 구입하는 방식이다. 제품을 모두 사용한 후 리필용기를 가지고 재방문하면 용기를 소독해주고 다시 원하는 제품을 충전하면 된다.
화장품 리필스테이션의 제품은 본품 대비 30~50%까지 할인된 가격에 화장품을 살 수 있다는 점과 일상생활에서 친환경 활동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용기 재활용으로 포장재 줄이기에 앞장서는 화장품 리필스테이션을 적극 홍보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