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옥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해 마음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괴이'에서 겪게 되는 지옥이라는 상황도 결국 마음으로 극복하게 되잖아요. 극단적 판타지가 펼쳐지지만 그 안의 인물이나 관계, 갈등은 익숙한 모습들이죠. 그런 상황 속에 놓여진다면 어떨까, 라는 면을 이 작품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로 기대감을 모았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극본 연상호/연출 장건재)가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극중에서 '천재 문양 해독가' 고고학자 이수진 역으로 딸을 잃은 아픔을 지닌 캐릭터로 열연한 배우 신현빈이 2일 오후 서울경제스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연니버스'에 합류한 소감을 밝혔다.

"저한테는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현실적으로 겪어볼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와 환경 속에서 어렵지만 즐거운 경험들을 했죠. 다른 '연니버스' 속 작품들과 다른 방식으로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봅니다."

'괴이'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귀가 씌여진 거대한 불상 '귀불'이 메인 소재로 등장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 다크 판타지 디스토피아다. 귀불의 존재는 이미 연상호 감독의 전작 드라마 '방법' 9화에서 등장한 바 있다. '연니버스' 속 작품들 간 얽히고 설키는 세계관으로 통해 연상호 감독 만의 장르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나 홀로 그대', '피리부는 사나이' 등을 집필한 류용재 작가가 힘을 보탰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과 아시아티카 영화제 최우수 극영화상 등을 휩쓴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괴이'가 공개되자 마자 그날 밤 '정주행' 했다는 신현빈 배우는 "자기 마음 속 지옥을 끊임없이 보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궁금했다"면서 "함께하는 배우들에 대한 신뢰감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촬영장에서 귀불 모형을 보고는 "굉장히 놀랐었다"고. 그는 "귀불의 눈매가 가진 오묘함도 있고 불상 크기나 높이에서 오는 위압감도 있었다"면서 "단순한 크기보다 그 표정이 가진 오묘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꾸만 시선이 갔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6부작 웹드라마 '괴이'는 '귀불'의 눈을 마주치고 나면 그 인물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지옥을 보게 된다는 설정이 핵심이다. 신현빈 배우가 맡은 '수진'은 '천재 문양 해독가'로 알려졌다. 다만 신현빈 배우는 "홍보를 하면서 만들어진 수식어일 뿐이고 그저 문양 해독을 전공한 고고학자일 뿐"이라며 "히어로가 다닌 평범한 인물"이라고 부연했다.

"불행한 일을 겪은 평범한 한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에 빠지면서 본의 아니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재난이기도 하고 미션이기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수진이는 성장해나가죠. 물론 재앙을 막는 것도 있겠지만 극중 남편인 기훈(구교환)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 서로 마주볼 수 있게 되는 것. 단단해지면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신현빈 배우는 같이 작업한 배우들과의 즐거웠던 호흡에 대해 강조했다. 신현빈 배우는 "밝고 즐거운 장면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서로 동지애를 갖고 거대한 사건을 겪다보니 즐겁고 유쾌하게 작품을 만들어갔다"라고 말했다. 동료 구교환 배우와 늘상 나누는 말인 "유머는 휘발된다"라는 말을 언급, "늘 연락 할 때마다 쓸데 없는 말들을 많이 하곤 하는데, 힘들고 고단한 장면 찍다보면 지치기 마련"이라며 "서로 농담을 던지고 잘 받으면서 되게 큰 에너지를 받았던 현장이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괴이' 공개 직후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반응이라는 건 다양하다, 같은 지점을 가지고도 다르게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의견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괴이'가 '오컬트'라는 하나의 장르물이라기 보다 '괴이' 그 자체로 봐주시면 어떨까 해요. 오컬트다, 스릴러다, 재난물이다...이런 식으로 표현하기 보다 그냥 '괴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보는 거죠. 특정한 장르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열어두고 본다면 분명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무거운 장면들이 많지만 촬영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통했다는 신현빈 배우였다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기훈과 하영(박소이) 세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장면을 꼽았다. 행복했던 가족이 맞이한 얘기치 못한 불행과 상상하지 못했던 재난과 대비돼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다던 그는 "극중 짧은 장면임에도 고심하면서 찍어 섬세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연기 활동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안전 지키면서 촬영을 해낸 배우들과 스태프 분들 정말 고생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여기저기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올해 데뷔 13년차 배우인 그에게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우선 판타지 요소가 강한 작품은 처음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고요. 수진이라는 캐릭터에 담긴 여러 사연들도 처음 접해봤어요. 괴로운 상황들을 좋은 사람들과 헤쳐나간 즐거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따뜻한 봄날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