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과 이후(2020~2021년)로 나눠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이전 대비 각각 5.8%, 5.9% 늘었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100대 기업의 전체 투자는 이전보다 8%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11%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도 2019년 말 대비 23조 7000억 원 증가했다. 경영 환경이 나아지기는커녕 외려 악화하자 빚까지 내 현금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기업이 자금을 재투자해야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도 이룰 수 있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친(親)노조 정책을 쏟아내며 기업들을 몰아세웠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52시간제 강행에 기업 규제 3법까지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겠는가. 지난해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해외 법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1.2%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은 2017년 48.6%에서 4년 사이 2.6%포인트나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탈(脫)한국’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온갖 규제 사슬을 혁파하고 노조에 편향적인 정책을 바로잡으면 기업들은 너도나도 투자 전선에 뛰어들 것이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기업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벗겨드리겠다”고 밝힌 것처럼 새 정부가 일관된 규제 철폐 의지를 갖고 실행해나가야 ‘민간 주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